[인터뷰] “공무원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평생 성장’ 돕습니다”
김은희 부산시 인재개발원장
매년 공무원 17만여 명 교육
계급별·전문 교육 180개 과정
올해 AI 기반 영어 회화 도입
유명 강연은 일반인에도 개방
부산시 공무원이 되면 평생 10번가량 반드시 방문하는 곳이 있다. 부산 북구 금곡동에 위치한 부산시 인재개발원이다. 인재개발원은 신입 공무원의 기본 교육부터 은퇴를 앞둔 공무들의 생애 설계 교육까지 부산시와 산하 기관 공무원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 기관이다. 직급별 기초 교육을 실시하는 기본교육, 분야별로 전문적인 능력을 강화하는 전문교육 등 180여 개 과정을 연간 운영한다.
올해 부임한 김은희 인재개발원장은 공무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예전에는 도제식 교육이 이뤄져 선임자가 누구냐에 따라 역량이 달라졌지만, 지금은 전문가들이 설계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준 높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인재개발원은 대구 등 다른 시도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교육 프로그램의 양과 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 밀착형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교육 후에는 꼼꼼한 피드백을 거친다. 특히 피드백 과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참가자 설문 수준의 피드백을 넘어 교육 여건, 투입 자원, 교육 프로세스, 산출 결과 등 분야마다 세심하게 평가를 한다. 치밀한 피드백을 통해 매년 교육의 질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덕분에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 오프라인 교육에 5127명, 온라인 17만 4052명 등 총 17만 9000여 명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김 원장은 “역량 강화는 물론이고 민원인 응대 등 공무원 생활 동안 성장이 필요한 전 영역에서 현장 중심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참가자의 만족도는 80~90% 수준에 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한 2년 차 공무원은 인재개발원 교육을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며 장문의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뒤늦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동기들보다 나이도 많고, 다른 직렬에 배치되어 자신감이 부족했는데 연수를 통해 경쟁보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용기가 생겼다는 내용이다.
올해 인재개발원은 시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 윤리 확립과 직무 전문성 향상, 인공지능 시대에 맞춘 디지털 행정 역량 강화 등에 방점을 찍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 원장은 “젠지 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로 불리는 신규 공무원들은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명감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아 현장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며 “신규 공무원은 보고서 작성하는 방법 등 가장 기초적인 영역을 과외 방식으로 교육 받는데, 올해는 특히 공무원의 직업 윤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임 공무원들에게는 변화된 사회 풍토에 맞춰 우호적인 협업 관계를 만드는 교육도 이뤄진다. 업무 효율을 높이는 앱 활용과 성과 관리와 소통 기술에 대한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인기가 높았던 영어 교육 프로그램은 올해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일대일 외국인 전화 영어를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에 기반한 영어 회화 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러닝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해 연수로 인한 업무 공백을 줄이면서 디지털 기술 습득을 원하는 직원들의 욕구를 충족할 계획이다. 직무 노하우를 알려주는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일잘러의 짤강 만들기’ ‘영상 크리에이터’ 과정을 비롯해 가덕신공항, 북항재개발, 블록체인 등 부산의 주요 현안과 관련한 특화 콘텐츠도 진행한다.
유명 강사 초청 강연은 일반인에게도 개방한다. 올해는 재테크 전문가 김경필 작가의 ‘사회초년생에서 노후까지 책임지는 재테크’라는 주제의 강연이 4월 1일 열린다.
김 원장은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신규 공무원은 감소하고 떠나는 공무원은 많은 상황”이라며 “일선 공무원들이 일터에서 유능하면서도 신체와 정서가 건강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