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남녀가 유별? 옛 사랑이 더 발칙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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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스캔들 / 유광수

<고전 스캔틀> 표지. <고전 스캔틀> 표지.

<고전 스캔들>은 조선시대 연애소설 ‘운영전’, 박지원의 ‘열녀함양박씨전’, 김시습의 ‘이생규장전’ 등 우리 옛 이야기 속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를 적나라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스무 살의 혈기방장한 최치원은 외국(당나라)의 외딴 시골에서 외로운 나날을 보낸다. 오죽하면 자매가 죽어 나란히 묻힌 무덤(雙女墳)의 비석에다 자매 귀신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시를 썼을까. 이 판타스틱한 이야기의 전개는 실로 대담무쌍하여 실제로 자매 귀신이 나타나 ‘3인 혼숙’(더 적절한 단어는 있지만 사용할 수 없음이 답답할 따름이다)을 하게 된다.

소개하는 모든 이야기가 이처럼 ‘대담’하지는 않다. 오히려 평양의 관기(官妓) 옥소선의 이야기는 춘향전과 닮았지만 춘향전보다 소박하면서도 더 사실적이고, 그래서 오히려 더 애절하다. 평안감사 아들 A(이름은 전해지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임기가 끝나 한양으로 돌아와서도 평양에서 자신의 수청을 들던 관기 소선을 잊지 못한다. 어느날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평양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다른 평안감사 아들의 수청을 들고 있는 소선을 만날 방도가 없다. A는 소선을 만나기 위해 함박눈이 내리던 어느날 눈(雪)을 치우는 하인으로 분해 소선의 거처 앞마당을 쓸고, 마침내 창밖을 바라보던 소선과 눈(目)을 마주치는데….

그 외에도 선덕여왕을 흠모한 죄로 불귀신이 되어버린 역졸의 사연, 경남 밀양부사의 딸 아랑의 죽음에 얽힌 전설 등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당시의 세태와 여성의 지위, 사회적 문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이 가득하다. 유광수 지음/북플랫/320쪽/1만 9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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