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21일 오전 귀국…여야 정치권은 이종섭 논란 놓고 총력 여론전
이 대사 “공관장 회의 참석 위해 귀국…공수처 조사 받을 기회 있으면 좋겠다”
민주당 “대사 임명 자체가 잘못…정부 여당이 선거에 불리해져 귀국 시킨 것”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대사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했다고 밝혔다. 그는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가 귀국하면서 여야 정치권은 대사 임명의 적절성을 둘러싼 총력 여론전에 나섰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 대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라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와 일정이 조율이 잘 되어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취재진의 연이은 추가 질문에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수사 문제는 수사기관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하고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 대사가 귀국 사유로 밝힌 회의는 오는 25일부터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다. 그러나 방산 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들만 별도로 모아 국내에서 회의를 연 전례가 없어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을 위해 급하게 소집된 회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대사가 귀국하자 여야 정치권의 ‘여론전’은 다시 불을 뿜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새벽부터 소속 의원들이 인천공항에 집결해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은 이 대사의 임명 철회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조정식 사무총장,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김민석 선대위 상황실장 등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적 망신이고 호주에 대한 외교 결례"라고 이 대사 임명을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한준호·오기형 의원, 안귀령 대변인 등 선대위 본부장단 및 민주당 주도 범야권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강민정·이동주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의원들은 손에 ‘도주대사 이종섭 즉각 해임 즉각 수사’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었다.
홍 원내대표는 “애초부터 호주 대사 임명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나빠지고 선거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급히 귀국시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국정조사와 특검법이 발의돼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사 귀국으로 논란이 해결됐다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이 대사는 곧 귀국한다”며 “저희는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절실하게 민심에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논란이)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확실한 국면 전환을 위해 이 대사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3선 중진 김태호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황상무 수석 사퇴와 이 대사 귀국은 그래도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대사 귀국이 여론무마책이 아니라 사태 해결의 시발점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면서 “귀국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대사에 대해 “공수처 수사를 받아서 혐의에 대해서 완전히 클리어하게 결론이 나와야 한다”면서 “이 대사 스스로 거취를 고민하고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