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다교실, 난리 통에도 수업은 계속됐다
지난달 개관 부산교육역사관
부산 근현대 교육 역사 한눈에
지난달 중순에 문을 연 부산교육역사관을 최근 둘러봤다. 부산교육역사관은 부산 교육의 근현대 역사를 체계적으로 보존·연구하고 널리 알릴 목적으로 개관했다. 부산 사하구 감천동 옛 감정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해 연면적 6430㎡ 지상 1~4층 규모로 만들어졌다. 부산교육역사관은 부산 관광의 핫플로 뜬 감천문화마을 바로 옆에 있어서 함께 방문하기도 좋고,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근현대 역사 비중이 높아 중구 부산근현대역사관과의 연계도 가능해 보였다.
부산교육역사관 2~3층 상설전시실에서는 부산 근대 교육이 태동한 조선 후기부터 개항기, 일제강점기, 6·25전쟁기, 산업화와 민주화 시기까지 이어지는 부산 교육 역사를 만날 수 있다. 근대적 초등교육 기관의 명칭이 1895년 소학교로 시작해 보통학교→심상소학교→국민학교→초등학교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일목요연했다. 1995년까지 사용됐고 아직도 입에 밴 ‘국민학교’라는 용어가 일제강점기 황국신민을 양성하겠다는 뜻이었다니, 일제 잔재의 뿌리 깊음을 실감한다. 부산에 지금까지 사립학교가 많은 이유도 부산지역 근대학교의 등장이 정부가 아닌 선각자와 종교인, 지역 유지에 의해서였다는 사실에서 미루어 짐작된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에는 교육의 힘이 컸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전쟁 중에도 피란학교로 교육을 이어갔다는 사실에 외국인들이 많이 놀란다고 한다. 1951년 2월 부산에서 피란학교가 개학했다. 기존의 부산지역 학교는 군부대에 학교 건물을 빌려줘, 학생들은 근처 산이나 언덕에 임시 학교를 지어 수업을 이어갔다. 부지를 찾지 못한 학교들은 창고나 정원이 넓은 가정집을 빌려 운영하기도 했다. 야외에서도 교실을 열었는데 위치에 따라 산교실, 들교실, 바다교실, 그늘교실 등으로 불렸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100년의 역사를 품은 부산의 학교 백년지대계’ 전시가 열리고 있다. 1895년 개교한 부산개성학교를 시작으로 부산에서 100년 이상 된 학교는 초중고 총 39개교에 달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들 학교들이 연표로 정리되어 한눈에 들어왔다. 1926년 사립 일신여학교 개교 기념으로 심은 작은 향나무가 현재 동래학원의 기념비적인 교목으로 성장한 사진에서 얼마나 긴 세월이 흘렀는지 깨닫게 된다. 부산시교육청이 2004년부터 부산교육 사료 수집을 시작한 결과물이다. 4층에는 독도를 소개하는 독도체험관이 자리잡았다.
부산교육역사관 건물 뒤편 야외체험공간에서는 1980년대 문방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당시의 문방구는 수업 준비물은 물론이고 뽑기 기계와 오락기가 비치되어 방과 후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사랑받았다. 토성초등학교 앞 무지개 문방구는 1928년부터 지금까지 적산가옥의 형태를 유지한 채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부산교육역사관은 학부모가 자녀들에게 과거 교육 현장의 모습을 지금과 비교해서 이야기하기에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산교육역사관은 단체 관람 시 부산시교육청 통합예약포털을 통해 ‘해설사와 함께하는 교육 역사 학습’ 프로그램 예약을 권한다.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051-711-5830.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