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내 표 하나로 결과 좌우” 본투표로 착각할 만큼 붐볐다… 부산 사전투표소 가 보니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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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내내 이어진 유권자 행렬
“사람들 많아 놀랐다” 이구동성
투표소 주차장·승강기도 만원
마스크 썼던 4년 전보다 수월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6일 부산 남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6일 부산 남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일인 지난 5일과 6일 부산 곳곳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 발길이 이어졌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오전 수영구 광안3동 행정복지센터 지하 1층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는 출근 전 들른 회사원부터 배낭을 멘 대학생, 지팡이를 짚고 온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이 찾았다. 출근 전 투표를 하러 왔다는 회사원 김선하(36) 씨는 “미리 느긋하게 투표를 하려고 사전투표소에 왔다”며 “후보마다 공약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지만, 소신 있어 보이는 후보에게 투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첫날 시민들의 사전투표 행렬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날 점심시간 해운대구 재송 1동 행정복지센터 주차장과 엘리베이터는 4층 사전투표소를 가려는 시민들로 만원을 이뤘다. 시민 정진한(73) 씨는 한쪽 다리를 절어 곁에 있던 시민들이 그를 부축해 주기도 했다. 정 씨는 “성인이 된 이후 투표를 빠뜨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몸이 불편한데 본투표 당일에는 사람들이 많아 붐벼 오래 걸릴까 봐 일부러 일찍 왔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던 한 50대 부부는 “본투표 날 등산을 가려고 사전투표 날에 맞춰 나왔다”며 “여야 어디든 한쪽에 쏠리면 안 될 것 같아 균형에 중점을 두고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열띤 사전투표 열풍에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재송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엘리베이터에 자리가 없어 타지 못한 한 시민은 “사전투표에 이렇게 많이 올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재송 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 선거 사무 담당 공무원 노 모(60) 씨도 “사전투표가 아닌 본투표같이 투표장이 붐빈다. 지금까지만 해도 수천 명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에 치러진 21대 총선 사전투표 때와 달라진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유권자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투표소를 찾았으며 선거사무원들 역시 상대적으로 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 씨는 “코로나19 때는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열도 재느라 일이 많았는데 올해는 여러모로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전투표에는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 투표 행렬이 이어진 점도 특징적이다. 부산대 재학생 이석재(24) 씨는 “MZ 세대 대부분은 정치인들이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불신이 있다”며 “청년들의 목소리에 공감할 수 있는 ‘공감 능력’과 ‘듣는 자세’를 가진 후보에게 투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대학생 전형서(25) 씨는 “기존 정치인들 싸움에 피로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는 정치적으로 봤을 땐 ‘중립’이라 생각한다”며 “당 색깔보다는 내 삶에 어떤 후보가 실질적 이득이 될지 공약을 보고 투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이튿날에도 투표 행렬은 계속됐다. 지난 6일 낮 12시께 수영구 광안3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주민 박 모(34) 씨는 “사전투표인데도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며 “수영구 후보들은 마지막까지 이슈가 많아 고민이 많았지만 내 표 하나로도 결과가 좌우될 것 같아 투표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들이 복장으로 투표소를 찾은 주민 이 모(28) 씨는 “약속을 가기 전에 투표소를 들렀다”며 “투표를 해놓았으니 이제 편하게 놀러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번 총선의 전국 사전투표율은 31.28%로 총선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사전투표가 적용된 역대 총선 중 최고치다. 다만 부산은 30%를 넘지는 못했다. 부산은 최종투표율 29.57%로 사전투표를 마감했다. 역대 부산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던 2022년 대통령선거의 34.2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구는 금정구(32.12%), 가장 낮은 곳은 기장군(26.59%)으로 나타났다. 한편 제22대 국회의원 본 선거는 오는 1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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