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또 조심… 총선 앞두고 긴장한 방송가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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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복면가왕’ 방송 한 주 연기
소속사, 지침 마련해 주의 당부

‘복면가왕’ 9주년 특집 예고 방송 한 장면. 방송 화면 캡처 ‘복면가왕’ 9주년 특집 예고 방송 한 장면. 방송 화면 캡처

4.10 총선을 앞두고 방송가와 연예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치적 구설에 오를만한 프로그램은 방송을 미루는 등 총선과의 연관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조심하는 모양새다.

8일 방송가에 따르면 전날 방영 예정이던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 결방엔 정치적 사유가 얽힌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의 내용이 이번 총선에서 9번을 부여받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초 MBC는 ‘복면가왕’ 9주년 특집에서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주제곡을 부르는 등 숫자 9를 강조한 선곡과 연출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방송이 총선을 사흘 앞두고 방영되는 만큼 이 같은 내용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MBC 측은 이주 ‘복면가왕’ 방송 분량 녹화와 편집을 모두 마쳤으나, 논의 끝에 방영을 한 주 미루고 ‘나 혼자 산다 스페셜’을 편성했다.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던 MBC 뉴스데스크 날씨 예보. 방송 화면 캡처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던 MBC 뉴스데스크 날씨 예보. 방송 화면 캡처

MBC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결정은 최근 있었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의 제재 영향을 받았다. 앞서 선방위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 최젓값을 강조하며 파란색 숫자 1을 큼직하게 띄운 MBC ‘뉴스데스크’ 날씨 예보에 ‘관계자 징계’ 처분을 내렸다. 파란색을 정당색으로 사용하는 특정 정당의 기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MBC 관계자는 “최대한 총선과 불필요한 연관성을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연예인들과 연예기획사들도 의도치 않은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5~6일 이뤄진 사전 투표에 참여한 배우, 가수 등은 무채색의 옷을 입거나 특정 포즈를 지양하는 등 최대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손가락 브이’가 특정 기호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대부분 주먹을 불끈 쥐거나 손바닥을 쫙 편 채 사진을 찍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해 특별히 주의시키고 있다”며 “사전 투표나 투표 인증 사진 관련해 개인 SNS나 팬 소통 커뮤니티에 게시물을 올릴 때 소속사에 미리 이야기하고 올릴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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