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개각·정책 우선순위 바꿔 국면 전환 나설 듯
윤 대통령 국정 운영 방향
여당 참패 책임론서 자유롭지 못해
위기 타개 국정 기조 전환 불가피
대통령실·내각 등 인적 쇄신 단행
연금·의료개혁 등 동력 상실 우려
입법부 견제 ‘식물 정권’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별도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참모들과 함께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개표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총선 결과와 관련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압승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충격을 감추지 못한 표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가장 큰 요인이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대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어렵게 국정을 수행해왔다. 의욕적으로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추진했고, 최근엔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상징되는 의료개혁까지 밀어부쳤지만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처지다.
범야권이 180석 이상 확보한다면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제) 단독 처리 등 강력한 입법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회의장을 비롯한 주요 상임위원장, 각종 법안 처리 등도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게 된다. 윤 대통령으로선 범야권이 200석을 못 넘기면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다. 200석을 넘김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마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식물 정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도 나왔기 때문이다. 야당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와 의결까지 가능할지 모른다는 점도 윤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과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 선고 때까지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8일 정부를 겨냥해 “이번에 ‘옐로카드’를 줬는데도 계속 반칙하면 언젠가는 ‘레드카드’를 줘야 할지 모른다”면서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탄핵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유가 있어야 헌재의 탄핵 결정까지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야당이 쉽게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할 경우 벌어질 국가적 혼란에 따른 반감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야당은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 일각에서는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까지 주장하고 있다. 범야권이 개헌 추진 의석인 200석을 확보할 경우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면서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까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에 따른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국정 기조를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정책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대통령실 참모진은 물론이고 국무총리를 비롯해 전면적인 개각을 통해 인적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면적인 인사를 통해 그동안 비판받아 왔던 검찰 출신을 중용하는 기조를 바꾸고 통합형 인사들을 과감하게 기용해 국면 전환에 나선다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