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에 40%대 표 주고 ‘개헌 저지’… 절묘한 PK 표심 [미래 위한 선택 4·10]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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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결집 이면 전략적 투표 돋봬
산은·지역의대 홀대 등 불만 표출
민주 기존 의석 1석 잃게 했지만
박빙 많아 다음 기약 토대는 살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0일 부산 부산진구청 백양홀에 마련된 부암1동 제4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0일 부산 부산진구청 백양홀에 마련된 부암1동 제4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단독 과반’을 훌쩍 넘는 전국적 압승을 거뒀지만, 부산·울산·경남(PK)에선 기존 의석수(7석)에서 오히려 한 석을 잃어 사실상 패배했다. PK마저 민주당의 약진이 이어졌다면 ‘개헌 저지선’마저 위태로웠는데, 국민의힘에게 PK가 ‘낙동강 최후 방어선’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출구조사에서 무려 10개 지역구 이상이 접전으로 분류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18개 지역구 중 북갑 한 곳만 제외하고 국민의힘이 17개 의석을 차지했다. 부산에서 유독 ‘보수 결집’이 강했던 배경은 무엇일까?

PK의 경우, 서울 ‘한강 벨트’와 함께 이번 총선 기간 내내 최대 접전지로 분류됐다. 실제 〈부산일보〉의 1~3차 여론조사에서 부산에서만 10곳 가량의 지역구에서 오차범위 내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하갑은 민주당 최인호 후보가 선거일 직전까지 10%포인트(P)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연제에서도 진보당 노정현 후보가 국민의힘 김희정 후보와 큰 격차를 내며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두 지역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이겼다.

‘낙동강 벨트’ 10개 지역구로 봐도 여론조사에서 1, 2위가 엎치락뒤치락했던 북을, 강서, 사상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5%P 이상 격차를 벌리며 승리했고, 경남에서도 김해는 민주당이 기존 2석 모두 방어했지만 민주당이 20, 21대 연거푸 이긴 양산을에서는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가 같은 경남도지사를 지낸 민주당 김두관 후보를 접전 끝에 꺾었다. 그 결과, 낙동강 벨트에서 민주당 의석은 기존 5석에서 3석으로 줄었다. 특히 부산 수영의 경우, 보수 후보가 분열돼 민주당 후보와 3자 구도로 치러졌지만,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가 과반인 50.33%를 얻어 당선됐다. 보수 지지층이 결국 여당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를 한 것이다.

PK에서 보수 지지층이 막판에 강하게 결속한 데에는 우선 특유의 ‘균형 감각’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진 4년 전 총선에서 PK 민심은 민주당의 전국적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민의힘 의석을 늘려줬다. 그보다 2년 전 집권 민주당의 부울경 지방권력 ‘싹쓸이’를 허용했지만, 이후 ‘조국 사태’ 등으로 문재인 정부의 독주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자 오히려 반대 투표를 한 것이다. 이번에도 투표 전 ‘범야권 200석’이 거론되며 개헌 저지선마저 뚫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하자 보수 지지층이 강하게 뭉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부산 지역 국민의힘 후보는 투표 직전 “2~3일 전부터 우리 지지층이 무섭게 결집하는 분위기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했고, 실제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발로 부산 18석 전석 석권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지역 내부적으로는 숙원인 산업은행 이전 등에 부정적인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석권할 경우, 산은 이전은 물론 현 정부 지방발전 전략의 동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작동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막판 보수 결집도를 높였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역 내 ‘비토’ 기류가 워낙 강한 상황에서 이 대표의 지역의료 홀대 논란이 있었고, 특히 ‘비명횡사’ 공천 논란이 있을 당시에는 이 대표가 부산 선거에 지원을 올 수 있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야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막판 지원이 오히려 악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잊히고 싶다’던 전직 대통령의 이례적인 선거전 가세가 3년 전 대선 당시 전 정부 심판 정서를 환기시키면서 보수층의 반격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문 전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서 직접 지원에 나선 양산갑, 사상, 금정, 거제 등 접전지에서는 민주당이 모두 패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PK가 보수로 회귀했다는 해석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부산에서 의석수는 줄었지만, 접전지 대부분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최소 40%대 초반, 많게는 40%대 후반까지 득표했다. 민주당이 대폭 의석수를 늘릴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됐다는 것이다. 경남에서도 양산을 지역을 잃는 대신 창원성산을 얻어 의석수를 유지했고, 울산에서는 민주당과 진보당이 각각 동구와 북구에서 승리, 기존 1석에서 2석으로 의석수를 늘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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