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와 단독 면담, 더는 외면하기 어려울 듯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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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국정 기조 바뀔까

야당 협치 없인 정국 운영 한계
강 대 강 국면 반복될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의 심장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의 심장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3년 차를 맞아 실시되는 4·10 총선에서 안정적 의석을 얻은 후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었다.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만큼 기득권층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총선 결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국정운영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취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개헌·탄핵 저지선이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최소 요건인 ‘101석 이상’은 가까스로 지켜냈지만, ‘여소야대’ 구도는 더욱 공고화됐다. 또 거야의 협조 없이는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 등 입법이 수반되는 국정 과제 실현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번 총선 국면에서 최대 이슈가 됐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 동력도 상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의 논문 대필 의혹 등에 대해 특검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범야권이 180석 이상의 의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 3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해 현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지도부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대타협과 협치를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영수회담’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잔재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재명 대표와의 단독 면담을 거부해왔는데 더 이상 이를 외면하기 어렵게 됐다. ‘여·야·정 협치 기구’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국정에 이를 반영하는 형식으로 위기 타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1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 쇄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야당과의 협치 필요성을 인정하고 변화를 꾀하겠단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물론 야당이 현 정부의 국정 기조와 완전히 상반되는 법안을 추진할 경우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대충돌’ 국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럴 경우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 인 101석을 확보했지만 예상치 못한 ‘이탈 표’가 있을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개헌 국면이 펼쳐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도 있다.

당정 관계의 재정립도 불가피하다. 그동안 대통령실이 주도해 국정 과제를 추진해나갔지만 앞으로는 여당을 통해 민심을 우선 반영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반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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