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공격에 국제유가 혼돈 속으로…배럴당 120달러 예측도
공격 전에 이미 WTI 87달러까지 올라
호르무즈 봉쇄시 120~130달러 전망
물가상승률 높여 금리 인하 늦을 수도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이스라엘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방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대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전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쟁이 확전되면 국제유가가 더욱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이란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무인기(드론)와 순항미사일로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단행했다. 이란은 지난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앞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상승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국가다. 그만큼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곳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이번 공격에 앞서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무력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CIBC프라이빗웰스의 레베카 바빈은 “이란의 직접적인 개입시 중동 지역의 공급 혼란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원유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매수 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상승은 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계속 높게 나온다면 기준금리 인하도 늦춰질 수 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 금리인하에도 영향을 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초기였던 지난해 10월 충돌 확대에 따른 여파를 우려하면서, 유가가 10% 상승시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