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일할 사람 없어… 기로에 선 기장 지역 축제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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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후 예산·인력 부족 탓
미역다시마축제 5년 만 개최
15만 명 이상 찾는 멸치축제
일손 모자라 올해 개최 포기

부산 기장군의 지역 축제가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으로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들이 미역 채취 체험을 하고 있다. 기장군청 제공 부산 기장군의 지역 축제가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으로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들이 미역 채취 체험을 하고 있다. 기장군청 제공

마을 주민 주도로 수십 년간 명맥을 이은 부산 기장군 축제가 속속 흔들린다. 고령화가 덮친 마을에서는 평균 나이 70대 주민들이 가까스로 축제를 이어가고 있지만 계속되는 인력난과 예산난에 매해 축제 개최는 더 버거워지고 있다.

기장군청은 오는 26일 제11회 기장미역다시마축제를 5년 만에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축제는 오는 26일부터 28일, 기장군 일광읍 이동항 일대에서 열리며 미역, 다시마를 직접 채취하는 생초 캐기 체험과 경매, 요리 시식 등의 부스가 마련될 예정이다.

기장미역다시마축제는 2008년 시작해 올해 17년이 된 기장 대표 축제다. 미역과 다시마 특구로 지정된 기장군의 미역과 다시마를 홍보하기 위한 축제로 매해 10여만 명이 찾는 기장군의 ‘효자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로 축제가 시작된 이래 처음 취소된 이후, 축제는 지난해에도 재개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축제를 열었던 2019년 8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예산난에 가로막혔다.

5년 만에 가까스로 기장미역다시마 축제가 재개된 올해, 이번에는 기장멸치축제가 전격적으로 취소됐다. 기장 대표 축제들이 연이어 개최 취소를 결정하면서 지역 축제 한계가 드러난 모양새다.

기장군과 기장멸치축제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기장멸치축제는 취소됐다. 1997년 시작돼 지난해 27회째를 맞은 멸치축제는 매년 15만~2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봄철 기장 연안에서 잡히는 멸치는 지방질이 풍부하고 살이 연한 것이 특징이다. 이 무렵의 멸치를 맛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으로 축제가 열리는 매년 4월 기장군은 축제 특수를 누려왔다.

멸치축제가 취소된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에 있다. 대변마을은 330여 세대가 거주하는데, 대부분 멸치잡이에 종사하고 있어 멸치 제철인 봄철 실질적으로 축제에 동원되는 인력은 청년회 30여 명과 부녀회 30여 명에 그친다. 문제는 축제의 핵심인 멸치 무료 시식 등 식사를 제공하는 부녀회원들이 평균 나이 70대로 고령화됐다는 점이다. 멸치축제추진위 유평규 사무국장은 “27년 전 축제를 시작할 때 활동하던 40~50대 부녀회원들이 이제 70~80대가 됐다”며 “3일 내내 음식을 장만하는 고된 일을 더 이상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마을의 고령화는 인력난으로 이어졌다. 고령화된 마을 인력으로 음식 마련과 부스 운영, 교통통제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건비도 배로 늘었다. 결국 인력난과 예산난이 겹치면서 올해 축제위는 축제 개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추진위 측은 외부 후원 방안과 외부 단체 참여 방안 등 자구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젊은 세대의 유입이 없는 어촌 마을에서 내년 축제 개최를 장담하기 어렵다. 유 국장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축제인 만큼 올해 최대한 방법을 찾아 내년 정상화를 위해 애쓰겠다”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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