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사고 현장 대응 체계 10년 지나도 ‘우왕좌왕’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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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대응 해경·해수부로 이원화
안전 관리 예방·대응도 따로따로
선박 운항 관련 법 소관 부처 달라

현장 대신 사무실서 지휘 통제 여전
“종합 컨트롤 타워 명확히 해야”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녹이 슨 세월호가 거치돼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녹이 슨 세월호가 거치돼 있다. 연합뉴스

바다가 그들을 삼킨 지 10년이 흘렀다. 2014년 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다. 미수습자를 포함한 304명은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생명이 떠나간 과정을 목격한 한국 사회는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세상 관심은 점차 시들해졌다. 사회 재난도 반복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되물으려 한다. 2024년 4월 16일, 부산 바다는 과연 안전한가.

■바다 위 참사, 막을 수 있나

2014년 4월 15일 밤 9시께, 연안 여객선 세월호는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했다. 승객 중에는 수학여행 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이 있었다. 4월 16일 8시 48분, 비극은 시작됐다. 세월호가 왼쪽으로 급격히 기울던 시점이다. 10년이 흐른 지금,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까. 해양 재난과 관련된 법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해양 발생 사고 대응은 해경을 중심으로 수행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후 해양 사고 주관 권한은 해경과 해양수산부 사이를 표류했다. 현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제3조 2항에 따르면, 해양 사고 주관 기관은 해경과 해수부로 나눠져 있다. 여객선·화물선·어선 등 해양 선박사고는 해수부가 주관한다. 해양에서 발생한 유선·도선 등 수난 사고는 해경이 주관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여객선 해양 사고가 일어나면 해경은 주관 기관이 아니지만,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해경은 주관 기관이 아니다 보니 예방과 대비는 생략한 채 대응에만 집중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객선 운항 허가, 입·출항 상황 관리, 운항 중 모니터링 등 여객선 안전 관리 전반을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선박 운항 이전 단계와 운항 중 단계에 적용되는 법 역시 소관 부처가 모두 다르다. 해운법·선박안전법·해사안전법은 해수부가 맡는다. 운항 중 적용되는 해양경비법과 사고 발생 이후 적용되는 수상구조법은 해경 담당이다. 운항 과정과 이후에 적용되는 재난안전법은 행정안전부가 소관 부처다. 운항 단계별로 다양한 적용 법규와 관리 주체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보고·관리 체계가 복잡하다.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사불란한 지휘와 통제는 필수다. 지휘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해군·소방당국·민간 업체 등이 투입되더라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 현장 근처에 도착한 구조대는 도대체 어떻게 지휘받아야 하느냐고 해경 상황실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대형 재난 현장에서 혼란을 막을 현장지휘소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상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지역구조본부장은 종합상황실이나 구조본부 등 오피스에서 지휘하는 게 원칙이다. 경비함정 또는 사고 현장 인근 육상에 현장지휘소를 설치할 순 있어도 구조본부장 재량이다. 최전방에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곳이 필수적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장 대응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 치료할 곳도 마땅치 않다. 병상이 부족한 지역에선 ‘응급차 뺑뺑이’가 연일 이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은 인구 1000명당 3.47명 의사가 있어도 부산은 2.52명, 경남은 1.74명, 울산 1.63명에 불과하다.

세월호는 기울어지기 시작한 지 101분 만에 뒤집히면서 가라앉아 304명 목숨을 앗아갔다. 2024년 부산은 과연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부산을 ‘운이 좋은 도시’라고 표현한다. 특별히 안전한 체계를 갖춰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를 겪지 않은 게 아니라 그저 우연히 대형 재난이 부산을 비껴간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재난 대응 체계 일원화해야

전문가들은 대규모 재난 대응에는 현장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단일화된 대응 체계가 없어 현장에 함께 투입되는 소방과 경찰이 사용하는 용어부터 다르다. 지시는 끊임없이 내려오지만, 소통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불가피하다. 동아대 이동규 재난관리학과 교수는 “현장 요원 입장에서 보면 말 안 통하는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보고도 자꾸 해야 하니 현장은 뒷전이고 문서 처리를 우선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각국은 재난 대응 체계 일원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은 전역을 10개 권역으로 구분해 국가적 재난 관리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히 지방자치단체 관할 구역을 중심으로 재난 대응 체계를 수립하는 것보다 입체적이고 전문적인 관리 체계를 만들 수 있다.

해상 재난이 발생하면 양태와 무관하게 재난 대응을 연방재난관리청에서 주관하고, 해안경비대는 사령탑을 구성해 대응한다. 해상 조난이 발생하면 구조조정본부 상황담당관인 수색구조임무조정관이 키를 쥐고 현장지휘관을 지휘·조정한다. 영국에서는 해양 사고 등이 대형 재난으로 번지거나 번질 위험이 큰 경우 해양경비청 대신 선박구난관리대표부가 상황을 지휘하는 통솔체제로 전환한다. 선박구난관리대표부는 해양 재난 지휘·조정 역할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진다. 사고 대응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일원화된 지휘 체계를 마련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재난 종합 컨트롤 타워를 명확히 하고,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어디이고,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얘기하는 것조차 정치적 쟁점이 돼 버렸다”며 “협업 체제 부족 등 재난 발생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 유사한 재난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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