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모셔라”…이통 3사, 국내외 유치전
미국 찾아 인재 찾고…계약학과 만들어 입사까지
통신 시장 포화에 AI 전환 가속화 의지
LG유플러스 황현식 사장은 이달 13일 미국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스탠퍼드대, 조지아공과대, 일리노이대 등 미국 주요 대학에서 자연어처리(NLP), 대규모언어모델(LLM)를 다루는 석·박사 10여 명을 만났다. 올 1월 LG유플러스가 미국 캠퍼스 리쿠르팅을 통해 인연을 맺은 AI 연구자들이다. 회사 대표가 직접 미국을 찾아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은 다소 파격적으로 비친다.
‘탈통신’ 깃발을 들고 AI(인공지능) 혁신을 선언한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관련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황 사장은 이 자리에서 “디지털 혁신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꿈을 위해서는 AI 기술을 꽃피울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여러분들과 LG유플러스의 꿈이 어울려 함께 고객의 일상 속에 AI가 스며드는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SK텔레콤은 AI 인재를 발굴하는 육성 프로그램 ‘SKT AI 펠로우십(SKT AI Fellowship)’ 6기 지원자를 모집 중이다. 다음 달 6일까지 지원을 받는 이 프로그램은 AI를 공부하는 대학과 대학원생에게 기업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SK텔레콤 주니어 탤런트(신입) 채용 시 1차 전형 합격 혜택을 준다. 벌써 6년째다. 올해는 생성형 AI, 네트워크 인프라 AI 등을 연구과제로 수행한다.
KT는 더 적극적이다. 2022년부터 한양대, KAIST, 포항공대 등과 AI관련 채용연계형 학과를 만들었다. 첫 해 한양대와 채용을 전제로 한 ‘AI 응용학과 석사과정’을 신설했고, 지난해부터 KAIST와 포항공대로 대상을 확대해 ‘KT 인공지능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학과 졸업생들은 이미 올해 초 KT에 입사했다. 자연어 처리, 음성인식, 딥러닝, 비전 AI 등의 전공자들이다.
국내 이통 3사의 AI 인재 ‘유치전’은 포화상태인 무선 통신 분야에서 사업 무게 중심을 AI 시장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3사는 이미 AI에 사활을 건 상태다. 당장 SK텔레콤은 AI 관련 매출 비중을 지난해 9%에서 2030년 36%로 높여 잡고, 지난해까지 12%였던 관련 투자 비중을 2028년까지 33%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7조 3049억원이던 매출을 2028년 25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KT는 2025년까지 AI 관련 사업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7년까지 초거대 AI 등에 7조원을 투자한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자체 초거대 AI 익시젠을 활용해 구체적 사업적 성과를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초 AI 전문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에 100억원 규모 지분투자도 단행한 바 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