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불완전하지만 진실한 몸
■이동욱 '무제'
미쉐린 가이드 2024년 부산서 발표
한국 외식 산업 인증평가제 고안해야
미국 CIA 요리학교 부산 유치 추진
시식, 교육 등 B-Food 프로그램 개발
관광 활성화 위한 체험 콘텐츠 절실
부산, 음식관광 메카로 발돋움하길
이동욱은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주재료인 폴리머클레이, 흔히 ‘스컬피’라고 말하는 재료를 이용해 정교한 인체 조각을 만든다. 대학에서는 회화를 전공했지만 그리는 것보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더 좋아했기에 조각작품을 통해 생명을 표현하고 인간의 존재성을 강조한다.
‘Human Boss’, ‘Green Giant’, ‘Dolphin Safe’ 등 초기 작업에서는 제품이미지 속의 캐릭터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화 되어가는 오브제로 묘사했다.
이 작품들은 기술적으로는 치밀하고 섬세하지만, 내용은 자기파괴적이고 자기착취적인 작업으로 사람과 상업적인 이해관계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자본에 대한 잔인한 낙관주의를 보여주었다. 당시 작품들은 몸에 털이 하나도 없는 기괴하면서도 주변의 상황에 연약하고 예민한 살덩어리를 그대로 노출시켜 인간보다 훨씬 더 강렬한 존재로 보였고 한편으로는 살아있는 자의 죽음을 상기시키는 이상하고 불편한 감정을 자극했다.
부산현대미술관 소장품 〈무제〉(2016)는 초기 인체 작업에서 범위를 확장시켜 작은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공간까지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체인과 벌집, 파이프,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 피규어 등 모든 세계는 싸구려 도금이 되어 있지만 엄청난 크기의 비계를 운반하며 노동하는 작은 인간만은 벌거벗은 살색이다.
이렇게 상세하고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놓고도 제목이 무제( 無題 ,untitled)인 것은 작가는 세계를 창조했지만 그것을 읽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작품의 의미는 관람자의 자기반영성이 동력이 되어 작동되기 때문에 각자의 시공간이 바뀌는 어느 날이 되면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볼 수 있다.
총, 칼을 들고 감시하는 군인들은 폭력적인 권력과 규율을 상징하며 파이프를 들고 나르는 저 작은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도 무너지기 쉬운 계급이면서 노동이 주는 젖과 꿀과 고통을 아는 존재들이다.
불균등한 관계 속에서 목숨을 건 절실한 일을 하는 자들의 세계. 작가는 자신은 항상 ‘흥미’, ‘취향’에서 작업을 시작한다고 말하지만, 그가 만든 세계는 우리에게 사회의 균열에 대해 무거운 고민을 하게 한다. 그러니 작가가 만든 저 익명의 불완전한 몸들은 미국의 미술사가 아멜리아 존스(Amelia Jones, 1961~)의 설명처럼 세계와 연결되는 ‘살’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김가현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