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 한 집안의 불법 카메라 '월패드'… 전국 40만 세대 해킹한 40대 징역 4년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이미지투데이 제공
아파트 거실 벽에 설치된 '월패드'(wallpad·통합 주택 제어판) 카메라를 해킹해 집안을 훔쳐보고 그 촬영물을 판매하려다 불구속기소 된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9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 된 A(41) 씨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성범죄예방교육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5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A 씨는 2021년 8부터 11월까지 전국 638개 아파트 각 세대 월패드와 이를 관리하는 서버를 해킹해 집안을 불법 촬영하고 영상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민감한 신체 부위가 촬영된 영상도 있어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월패드는 가정 내에서 IoT(사물인터넷) 기기를 조작하거나 외부 방문자 등을 확인할 때 쓰는 스마트 기기다. 월패드에는 보통 경비실이나 다른 가구와의 영상 통화를 위해 카메라가 달려있는데, A 씨가 이를 해킹해 실시간으로 집 안을 들여다본 것이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하나의 망으로 연결돼 있어 해커가 중앙관리 서버만 뚫으면 전 가구의 월패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범행은 A 씨가 다크웹(dark web·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비밀 웹사이트) 등에서 판매를 시도하면서 드러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1년여 만인 2022년 12월 A 씨를 체포했다. 월패드 16개에서 촬영된 영상 213개와 사진 약 40만 장도 확보했다.
피해 아파트 세대는 전국적으로 40만 4847개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 다중 이용시설에 설치된 무선공유기를 먼저 해킹해 경유지로 활용한 뒤, 아파트 단지 서버에 침입했다.
다만 영상을 실제 판매했거나 제3자에게 제공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재판에서 A 씨는 "월패드의 보안 취약성을 공론화하려 했고 영리 목적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국민에게 예민한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촬영되고 유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주는 등 사회에 끼친 해악이 매우 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대담해 죄질이 좋지 않다.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없어 보이는 점, 벌금형을 초과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