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가계·자영업·중기 연체율 심각, 경제 활력 높여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빚 갚을 여력 없는 한계 대출자 급증
지역이 훨씬 악화… 실질 대책 시급

미국·한국에서 모두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불씨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드는 만큼 시장금리는 다시 올라 대출자를 계속 한계 상황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런 고금리의 고통이 올해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은 6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된 대출 관련 정보. 연합뉴스 미국·한국에서 모두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불씨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드는 만큼 시장금리는 다시 올라 대출자를 계속 한계 상황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런 고금리의 고통이 올해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은 6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된 대출 관련 정보. 연합뉴스

고금리 장기화와 지역 경기 위축이 초래한 ‘돈 가뭄’의 여파가 민생은 물론 기업 활동 전반을 옥죄고 있다. 코로나19 시절 경기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저금리 대출을 받았던 개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은 지난해부터 금리 상승 악재를 만나 빚을 갚기 위해 신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에 갇혔다. 문제는 이마저도 어려워 연체의 수렁에 빠지는 한계 대출자가 급증한 점이다. 부산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곳의 향토 건설사가 부도 처리됐다. 현장은 “코로나 때만큼 심각하다”는 비명으로 아우성이다. 자칫 부실 도미노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금의 숨통을 틔우는 동시에 경제 활력을 높이는 근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산은행이 집계한 1분기 연체율(1개월 이상 미납)을 들여다 보면 대출 부실화의 조짐은 전방위적이다.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언제 시한폭탄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강력한 경고로 읽힌다. 가계 연체율은 0.49%로 2020년 이후 최고치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 연체율 0.28%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역 경제의 추락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가계의 신용 리스크가 올라가자 금융권에서는 2003년 ‘카드 대란’의 악몽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또 고금리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아파트를 경매로 내몰고 있다. 올 1분기 부산 경매 건수는 4207건으로 2022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아파트만 보면 3배나 폭증했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0.76%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았던 2020년 1, 2분기의 0.83%, 0.87% 수준에 근접했다. 연체액도 3765억 원으로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부산은행의 연체율이 높은 건 지역 중기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지역 중기는 전통 제조업 중심이라 반도체·IT 중심의 경기 회복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사이 부동산 PF 부실과 자산 매각 애로 등이 겹쳐 자금난에 봉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3월 기준으로 취합한 자영업자 가계·사업자 대출은 1112조 7400억 원으로 코로나19 직전에 비해 51% 증가했다. 부실 채권의 먹구름이 모든 경제 영역을 뒤덮으려는 모양새다.

문제는 연체율 상승이 지속될 거라는 점이다. 미국 기준금리와 환율이 요동치면 국내 시장 금리는 언제든 더 오를 수도 있다. 연체율 급등은 경제의 실핏줄인 가계·자영업자·중소기업이 위기 상황이라는 신호다.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면 신용 불량자 양산, 연쇄 부도 사태를 맞는다. 사회적 혼란과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흑자 도산을 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실질적인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특히 지역 경제가 더 큰 위기 상황에 처한 점을 감안할 때 부산시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