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금값 고공 행진에… 금은방 털이 기승
부산진구·연제구서 잇단 절도
골드테마거리, 3년간 30건
보안 취약한 영세 업소 표적
CCTV·비상벨 확충 등 필요
부산 한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30대가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침체 속 금값이 상승하며 보안이 취약한 노후 금은방을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2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30대 남성 A 씨가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절도)로 검찰에 송치됐다. A 씨는 지난달 16일 오전 4시께 연제구 연산동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금은방 뒤편 화장실 방범창을 뜯고 가게로 진입했다. 이후 진열장에 진열된 총 6000만 원 상당 귀금속 40여 종을 훔쳐 달아났다. A 씨는 지난달 10일에도 부산진구에서 금은방 절도를 시도한 바 있다. 경찰은 A 씨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A 씨는 부산진구 가야동에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귀금속을 훔치는 범죄가 보안이 취약한 노후 금은방 위주로 여전히 기승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금은방이 몰려 있는 부산진구 범천동 골드테마거리에는 3년 동안 절도가 100건이 넘게 일어날 정도로 범죄가 성행하고 있어 경찰 등이 제대로 된 보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금은방 대상 범죄는 금은방이 밀집한 곳이 표적이 되고 있다. 부산의 대표 금은방 밀집지역인 골드테마거리의 경우 부산 전체 금은방의 45%가 밀집해 있다. 운영 중인 금은방만 368개다. 경찰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골드테마거리 일대에서 절도 112건, 사기 88건 등 범죄 390건이 발생했다. 특히 야간 침입이나 혼잡한 틈을 탄 절도 등 금은방 내에서 발생한 범죄만 30건에 이른다.
빈번한 범죄에도 금은방 절도 등은 끊이질 않는다. 경찰은 업소 보안 문제를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외진 곳에 있는 금은방은 밤에 불을 꺼두는 곳이 많아 절도범 표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영세한 업소 중에는 주인이 고령인 곳이 많다 보니 자체 방범 시설 마련 방법에 어둡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귀금속 홍보 등을 위해 외부 유리문에 범죄 경고문을 부착하지 않은 금은방도 많다.
경찰 범죄 예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경찰은 골드테마거리 일대를 ‘반딧불 특별순찰구역’으로 설정하고 범죄 예방 활동을 펼친다. ‘CCTV 녹화 중’ 문구가 기재된 야광 스티커를 금은방 유리문에 부착하는 사업으로, 야간에도 반딧불처럼 빛나는 야광 스티커를 부착함으로 범죄심리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상인들에게 최근 절도 수법, 방범시설물 자가 점검 등 예방법과 대처법이 안내돼 있는 전단지를 배부하는 활동도 펼친다. 경찰은 “사업을 시행한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8일까지 약 2주간 112신고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34회에서 올해 23회로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2주간 범죄 발생 건수는 4회로 지난해와 차이가 없었다.
전문가는 금은방 범죄를 막으려면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금값 고공 행진 현상도 금은방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동의대 최종술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야광 스티커 부착은 절도를 하고 싶다는 유발 요인을 감소시킬 수 있겠으나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며 “금은방이 밀집한 골드테마거리 등에 CCTV개수를 늘리고, 카운터에 비상벨을 설치해 강도 침입 시 벨을 누르면 인근 지구대 경찰이 즉각적으로 출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