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서 새 임무… 전쟁터 누비는 부산 119 구급차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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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소방재난본부 퇴역 구급차 12대
올 2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
응급환자 치료 등 인명 구조에 도움

부산에서 퇴역한 119 구급차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주차된 모습. 그린닥터스재단 제공 부산에서 퇴역한 119 구급차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주차된 모습. 그린닥터스재단 제공

부산에서 퇴역한 119 구급차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응급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서 5년 정도 구조 현장을 누빈 구급차 12대를 해외 전선으로 보낸 결과다.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은 부산에서 보낸 119 구급차들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사진을 폴란드적십자사가 보내왔다고 14일 밝혔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인명 구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달했다.

폴란드적십자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부산에서 보낸 구급차들을 녹갈색으로 도색했다. 외관에 119 표시 등을 모두 지운 뒤 돈바스 등 최전선에 구급차를 배치했다. 전쟁이 지속 중인 우크라이나에선 창문에 금이 가거나 차체가 찌그러진 기존 구급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새 임무를 맡은 부산 구급차는 총 12대다. 지난해 11월 23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에서 출발해 올해 2월 초 폴란드 그단스크항에 도착했다. 폴란드적십자사를 통해 구급차를 받은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2월 20일 동부 전선으로 4대를 먼저 보냈다. 나머지 8대는 사흘 뒤 폴란드 루블린 국경도시에서 우크라이나로 보냈고, 응급환자 치료를 위해 동부 지역 병원에 배치됐다.

폴란드적십자사가 보낸 창문이 깨진 우크라이나 구급차 사진. 그린닥터스재단 제공 폴란드적십자사가 보낸 창문이 깨진 우크라이나 구급차 사진. 그린닥터스재단 제공

부산 구급차들은 그린닥터스가 부산소방재난본부에 제안해 우크라이나에 무상으로 보내졌다. 소방장비관리법에 따라 5년 또는 12만km 이상 주행해 불용 처분은 받은 구급차 12대가 대상이다. 소방 규칙상 현장에 투입하긴 어려워도 여전히 운행이 가능한 구급차를 보내기로 한 셈이다.

그린닥터스와 부산소방재난본부는 구급차 12대 엔진 성능을 확인하고, 파손 부위와 전등 등을 수리하거나 교체하기도 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매년 불용 차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이전에도 협약을 맺어 보낸 적이 있다”며 “2019년에 10년 이상이나 12만km 넘게 달린 소방차 15대를 라오스에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접어드는데 종전은커녕 전쟁이 격해지는 소식이 들린다”며 “퇴역한 부산 구급차들이 세계 평화를 위한 새 임무 수행을 잘하는 것은 한편으론 다행스럽다”며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나라 국민이 우크라이나 평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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