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기조 변화 의지 의심받는 윤석열 대통령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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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대통령실 인사 민심과 배치
“국민은 언제나 옳다” 성찰 되새겨야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개혁은 적을 만드는 일이다.” “기득권을 뺏기는 쪽에서 정권 퇴진운동을 벌인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정치적 유불리 따지지 않고 임기 동안 반드시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 스스로 의욕을 갖고 추진 중인 노동·의료 등 개혁 전반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일 테다. 그런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적’이나 ‘기득권’ 운운한 것은 지나치다.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국민과 그 요구에 대해 한낱 적들이 벌이는 기득권 다툼으로 여기는 듯해서다. 민심에 반하는 윤 대통령의 행보가 갈수록 위태로워 보인다.

지난 13일 단행된 검찰 인사도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김건희 여사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장이 갑자기 부산고검장으로 발령났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엔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임명됐다. 수사 실무를 담당하던 차장검사들도 교체됐다. 정기인사 시기가 아니었다. “사전 협의가 있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임기 5개월도 안 남은 검찰총장은 아무런 답을 못했다. 1주일 전에는 현 정부 들어 없앴던 민정수석을 부활시켰다. 모든 정황이 검찰로 하여금 김 여사를 수사하지 말라는 의미의 인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시기도 내용도 부적절한 이 인사를 납득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검찰 인사만이 아니다. 최근 대통령실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윤 대통령이 참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새로 임명되거나 임명될 윤 대통령의 주요 측근 대부분이 지난 4·10 총선에서 낙선·낙천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 범위는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 시민사회수석은 물론 일선 비서관까지 아우른다. 선거에서 떨어졌거나 아예 공천도 못 받았다면 이미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후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일련의 대통령실 인사는 그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윤 대통령이 말로만 쇄신을 외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행보에선 국정기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국민의 요구는 회피하고, 자기에게 충성할 인사 위주로 참모진을 꾸림으로써 대통령실 쇄신에 대한 우려마저 높였다. 그러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기득권 운운하며 내친다.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실해 보인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은 “국민은 언제나 옳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9일 국민보고에서는 “저와 정부부터 바꾸겠다.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새겨듣겠다”고 했다. 그때 그 성찰의 모습이 가뭇없이 사라진 현실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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