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정상회의’ 정례화…동북아 정세 안정화 계기되나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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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언 통해 인적교류 등 6대 협력 확대키로
3국 FTA도 가속화하면서 역내 경제 교류에 도움
북핵 문제에 대해선 한일 vs 중국의 입장차 드러나
향후 중국의 적극적 역할 수행 여부가 결정적인 변수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총리.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총리. 대통령실 제공

한국과 중국, 일본이 27일 3국 정상회의를 다시 정례화하기로 뜻으로 모았다. 4년 5개월 동안 중단됐던 세 나라 정상회의를 재개함으로써 3국 협력체제의 복원과 정상화에 합의한 것이어서 향후 동북아 정세 안정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정치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지만, 한일 양국과 중국의 입장이 달라 구체적인 해법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중국이 북한의 핵 비확산을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는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회의에서는 외교·안보와 통상·인적 교류 분야 등의 협력 방안이 중심 의제로 다뤄졌다.

우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리창 총리는 "3국 협력이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심화돼 3국 및 각국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역내 협력에 의미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정상들은 3국 협력 발전 방향에 대한 세 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우선 3국 정상회의와 장관급 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3국 협력의 제도화 노력을 경주하고, 3국 협력사무국(TCS)의 역량 강화를 계속해서 촉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세 나라 국민들이 협력의 실질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한일중+X 협력'을 통해 다른 지역과 함께 번영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지역 및 국제 평화와 번영 방안도 다뤘다. 정상들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면서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과 한국, 일본 순으로 각각 최우선 숙원 현안을 강조한 것으로, 나머지 두 나라는 이를 이해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노력을 지속하기로 한다"고 정상들은 합의했다.

경제·통산 분야 협력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활용, 2019년 이후 중단됐던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3국 정상은 "3국 자유무역협정의 기초로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투명하고 원활하며 효과적인 이행 보장의 중요성을 확인한다"며 "고유의 가치를 지닌, 자유롭고 공정하며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상호 호혜적인 FTA 실현을 목표로 하는 3국 FTA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세 나라 정상은 정상회의 이후 이어진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도 이 같은 선언을 구체화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는 3국 관계의 안전판"이라며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일중 3국의 역내 교역과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기 위해 3국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경제인 여러분도 정부의 노력에 발맞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일중 3국이 기후 위기 등 글로벌 이슈에 함께 대응하고,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 국가들과의 포용적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정부 간, 기업 간, 그리고 정부·기업 간의 연대를 강화해 일·한·중의 대응을 향후 더욱 강화하겠다"면서 문화 교류, 인적 교류도 확고히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리창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친선혜용'(親善惠容·이웃 국가와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을 언급하며 "중한일 3국은 가까운 이웃나라로서 서로 많이 친하고 의지하여 공통점이 많이 존재하면서 서로 긴밀하게 융합되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지속적으로 역내 통합 가속화를 견인하고 더욱 평화하고 안정하며 발전 번영하는 새 국면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 세션 보고에서 "대한상의를 비롯한 한일중 3국 경제계는 민간 경제 협력 방안을 정리한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향후 이를 공동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3국 경제계가 무역 활성화 및 공급망 안정화 등을 위해 협력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 변화 대응에 함께 노력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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