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중 정상회의 정례화… 동북아 평화·협력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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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입장차 노출 아쉬움
재개된 3국 회의체 적극 활용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6~27일 서울에서 한일중 정상회의를 가진 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책임’이라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세 정상은 3국 FTA 협상 가속화 방침 등 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2030년까지 인적 교류 4000만 명 확대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와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정상회의·장관급회의의 정례적 개최를 재확인한 점이 눈에 띈다. 4년 5개월의 공백 끝에 3국 정상이 마주앉아 한일중 협력 체제의 복원과 정상화에 합의한 것은 소통과 협력의 모멘텀을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쉬운 점은 한반도 비핵화 의제에 드러난 미묘한 입장 차이다. 정상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 정상은 ‘북한 비핵화’를 강조했으나 리창 중국 총리는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자제 유지’만 되풀이했다. 선언문에도 ‘정치적 해결을 위한 노력 지속’으로 명시됐을 뿐 ‘비핵화 목표’는 빠졌다. 게다가 서술 순서도 도입부가 아닌 맨끝으로 밀렸다. 중국이 과거 7·8차 한일중 정상회의 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문안에 동의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중국의 기류가 사뭇 달라진 대목이 주목된다. 또 중국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을 회피해 시각차를 노출했다.

사실 북미·남북 관계가 교착된 상태에서 북한 비핵화와 유엔 결의 이행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긍정적인 것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FTA 2단계 협상 재개와 함께 외교안보 대화 협의체 신설이 합의된 점이다. 한반도 정세 불안정 속에 한국과 중국이 긴밀한 대화 채널을 갖기로 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관계 복원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나아가 한반도 정세를 평화와 협력 체제로 이끄는 단초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만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과 한미일 협력 강화 기조로 인한 중국의 누적된 불만과 대화 단절의 후유증이 분명히 드러난 만큼 우리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3국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에는 회담 재개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정도로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긴 공백 끝에 만난 한일중 정상들은 3국 협력을 복원하고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사실 정상회의가 정례화된 것 자체가 성과다. 미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중 갈등의 상대편인 중국, 이렇게 세 정상이 정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은 동북아 평화·협력 체제에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의 노력 여하에 따라 북한 비핵화, 미사일 이슈에서 지렛대 역할도 가능하다. 외교는 편중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모처럼 재개된 한일중 3국 회의체를 한반도의 평화·협력 체제 구축에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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