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재 지내다 저수지 빠진 무속인… 구하러 뛰어든 동료 무속인 2명 숨져(종합)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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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가덕도 한 저수지 전경.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 강서구 가덕도 한 저수지 전경.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에서 저수지에 빠진 동료 무당을 구하려고 뒤따라 들어간 무속인 2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당시 천도재를 지내던 무당은 갑자기 굿을 중단한 뒤 저수지로 들어갔는데, 그를 구하려던 무속인 2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 27일 오후 5시 20분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서 무속인 60대 여성 A 씨와 북과 장구를 치며 굿을 돕는 고수인 40대 남성 B 씨가 저수지에 빠져 숨졌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산 중턱에 있는 저수지에서 사고가 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사고 발생지인 저수지와 약 200m가량 떨어진 굿당에서 A 씨와 B 씨, 또 다른 무속인 40대 여성 C 씨가 천도재를 지내고 있었다. 굿을 돕는 일행뿐 아니라 의뢰인까지 모두 10여 명이 굿당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천도재는 의뢰인들 조상을 기리기 위해 점심을 먹은 뒤 오후부터 A 씨, B 씨, C 씨가 함께 진행했다. C 씨는 A 씨를 스승으로 모시는 무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 굿이 이어지던 오후 4시께 C 씨가 갑자기 굿을 더 진행할 수 없다고 중단하며 굿당을 나왔다. C 씨는 “내가 모시는 신이 굿을 더 진행하지 말라고 했고 기분이 좋지 않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도재가 갑자기 중단되자 굿을 의뢰했던 이들은 굿당에서 대기했다. A 씨와 B 씨는 천도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C 씨를 따라 나왔다. 굿당 안에서 무속인들끼리 다툼이나 소란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굿을 중단하겠다고 말한 C 씨는 맥주 한 캔을 들고 저수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A 씨와 B 씨는 천도재를 이어가기 위해 C 씨를 따라다니며 설득했다. 그러자 C 씨가 “더 따라오면 저수지에 빠져버리겠다”고 저수지 앞에서 이들과 대치했다. C 씨는 조금씩 뒷걸음치다 발을 헛디뎌 수심 깊은 곳에 빠졌다.

A 씨와 B 씨는 저수지에 빠진 C 씨를 구하기 위해 함께 물에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C 씨는 물에 떠밀려 수심이 얕은 곳으로 옮겨지면서 스스로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저수지는 물이 얕은 것처럼 보이지만, 수심이 깊고 위험해 익수사고 다발 지역이라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었다.

경찰은 검안 결과 A 씨와 B 씨 몸에 특이 외상이 없어 익사 사고로 파악하고 있다. 오는 29일 부검을 진행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C 씨와 현장 관계자들 진술 등 수사를 종합한 결과 현재까지 익사 사고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는 부검 결과 등 종합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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