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루고 미룬 부산롯데타워, 내년 반드시 첫 삽 떠야
호텔·사무실 추가한 새 설계안 마련
'부산 랜드마크' 이번엔 약속 지키길
지난해 착공 8개월 만에 설계 변경을 이유로 공사가 중단된 부산롯데타워가 5성급 호텔 등을 추가한 새 설계안으로 내년 초 다시 착공된다고 한다. 〈부산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롯데쇼핑 측은 원 계획에서는 빈 공간이었던 중층부를 호텔과 사무실 등으로 채우는 것으로 바꿨다. 변경된 계획이 연내 부산시 인허가를 통과할 경우 내년 초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다만 준공 시점은 2년 늦춰져 2028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00년에 건축허가를 받았으니 25년 만에 본격 착공에 들어가는 셈이다. 늑장도 이런 늑장이 없다. 차질 없는 준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롯데그룹 차원의 의지 표명과 실행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롯데 측은 부산롯데타워의 설계를 변경한 이유를 부산의 랜드마크이자 관광·상업 기능을 망라하는 시설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67층(342.5m) 중 중층부 10~30층은 업무 시설, 40~48층은 호텔 부대시설, 50~59층은 호텔 객실로 변경했다. 60층 이상에는 실내 전망대와 360도 조망이 가능한 야외 루프톱 전망대가 들어선다. 계획대로 완공되면 부산롯데타워는 서울 롯데월드타워(554.5m),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랜드마크타워동(411.6m)에 이은 국내 3위 초고층 건물이 된다. 특화된 콘텐츠가 결합될 경우 북항 재개발지와 원도심을 아우르는 부산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부산롯데타워 설계가 변경된다는 소식에 롯데의 진성성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던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애초에 옛 부산시청 부지를 사들여 백화점과 함께 107층(428m) 초고층 타워 건물을 짓겠다고 약속했으나, 타워는 사업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장기간 방치한 채 백화점만 지어 수익에 급급한 모양새로 비쳤기 때문이다. 또 타워에 불가능한 주거 시설을 요구해 논란을 일으키면서 장기간 허송세월했다. 이번 ‘설계 변경’도 시간을 끌려는 핑계라는 세간의 의심도 결국 롯데가 자초한 셈이다. 롯데가 오해를 불식시키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부산롯데타워를 지어 부산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것이다.
부산시청이 부산 연제구로 이전한 뒤 원도심 쇠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원도심 부활의 중심축이 필요한 시점에 부산롯데타워의 역할에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단순한 상업·업무 시설이 아닌 사람과 콘텐츠를 불러모으는 구심력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인접한 북항 재개발지와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부산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되는 중이다. 부산롯데타워의 새로운 설계안이 마련됐으니 차질 없이 건립될 수 있게끔 힘을 모아야 한다. 롯데 측은 또다시 사업 표류나 파행을 재연해서는 안 된다. 부산시는 건립 과정을 엄정하게 점검해서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는 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