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미래, AI 교과서] 수업 진도 못 따라가는 느린 학습자에 큰 도움 기대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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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학습 격차 좁히는 도구 될까

반복적 학습 통해 정상 진도 근접 가능
학생에 올바른 기기 사용법 가르쳐야
‘디지털 기기 사용=문해력 저하’ 편견
전산 오류 등에는 철저히 대비해야

부산 북구 포천초등학교 박성은 교사가 6학년 학생들에게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해 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 북구 포천초등학교 박성은 교사가 6학년 학생들에게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해 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내년 3월부터 초3·4, 중1, 고1 학생들이 사용할 AI 디지털 교과서(AI 교과서)는 아직 실물이 공개되지 않았다. AI 교과서를 사용할 교사들조차 아직 AI 교과서 개념만 접했을 뿐, 수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AI 교과서가 학습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모른다.

AI 교과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AI 교과서를 활용해 학생들을 지도할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AI 교과서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는지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AI 교과서 도입으로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문해력 저하, 시력 저하 등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필요하다. AI 교과서가 교사들에게는 효율적인 수업 도구로, 학생들에게는 ‘학습 도우미’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교과서가 주, AI 교과서는 보조

2025년부터 AI 교과서 도입이 결정되면서 문해력 저하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 이용 시간이 늘면서 책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수업은 책으로 된 기존 교과서가 기본 교재이며, AI 교과서는 보조 교재이다. AI 교과서가 주 교재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디지털 교재를 여러 방면에서 활용하고 있는 부산 포천초등학교 조현식 수석교사는 ‘디지털 기기 사용=문해력 저하’라는 편견을 깰 것을 주문했다. 조 수석교사는 “문해력 성장에는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반드시 독서만으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다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교사는 “현재 초등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기기를 쓰면서도 사회적, 정서적 능력은 물론 문해력을 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포천초등 박성은 교사는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사는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의 정서적인 측면에서 방해가 있을 수는 있다”며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박 교사는 학생들의 시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모든 수업이 AI 교과서로 진행되지는 않는 만큼, 과도한 우려는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학생 맞춤 교육에 최적 수단

AI 교과서는 학생은 물론 교사에게도 수업 형태를 바꿀 큰 변화다. 교육부는 AI 교과서를 도입하며 ‘교사가 이끄는 교실혁명’을 목표로 내걸었다. AI 교과서가 학생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개별적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 교과서는 교실 수업 진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느린 학습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느린 학습자와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학생에게 동일한 수준의 수업 이해 능력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느린 학습자들이 반복적인 학습으로 정상 진도에 근접하도록 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 수석교사는 AI 교과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수석교사는 “교육계 일부에서는 AI 교과서가 아이들의 학습 격차를 또 한 번 벌어지게 할 요소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교실 내 학생 사이에 학습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학습 능력을 끌어올릴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교사 의견 적극 반영돼야

AI 교과서는 교사들이 그 효용 가치를 체감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될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AI 교과서가 교사들에게 활용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AI 교과서는 교육계에서 자리 잡기 힘들 수 있다.

결국 AI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활용할 교사들에게 AI 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잘 듣고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성은 교사는 “AI 교과서는 교사가 학생 수나 수업 진도 등에 따라 AI 교과서 시스템을 조정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교사들의 수업 현실을 잘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AI 교과서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AI 교과서 실체를 본 적이 없는 데다 기존 디지털 교재를 활용함에 있어서도 각종 불편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재에 전산 문제나 오류가 빚어질 경우 수업 본질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산교사노조 김한나 위원장은 “학교 현장에서는 전산 문제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인력이 각 학교에 없어 정보 과목 교사가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AI 교과서 도입 이후 전산 문제로 인한 수업 결손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시절에 온라인·비대면 수업 당시 학생들의 학습 동기가 결여되고 학력 결손이 발생한 경험이 있다”며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교육 본질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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