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성 우주석 보물로 지정해야”… 시민 움직임 본격화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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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추고 조합 부산시에 공문 보내
기념물서 보물로 승격 추진 요청
“희소성·시대정신 담은 국가유산”
동구청, 검토 후 진행 여부 결정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에 새겨진 ‘서문쇄약’과 ‘남요인후’를 붓으로 쓰고 있는 시민. 래추고 마을 관리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에 새겨진 ‘서문쇄약’과 ‘남요인후’를 붓으로 쓰고 있는 시민. 래추고 마을 관리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을 국가지정유산으로 만들기 위한 시민들 움직임이 시작됐다. 희소성이 크고 시대정신과 교훈을 지닌 만큼 보물로 승격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래추고 마을 관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난달 30일 부산시에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 국가유산 등급 상향을 추진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우주석을 국가지정유산인 보물로 승격해야 하는 근거 등을 설명하고, 동구 주민을 포함한 부산 시민 100인 서명도 첨부했다.

동구 범일동에 있는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은 1972년 부산시기념물로 지정됐다. 우주석은 집이나 성 모퉁이 경계에 세우는 돌기둥으로 부산진성 서문에는 성곽 왼쪽에 ‘서문쇄약’, 오른쪽에 ‘남요인후’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각각 ‘서문은 나라를 지키는 자물쇠 같은 곳’과 ‘나라 목에 해당되는 남쪽 국경’이란 뜻이다. 국토 남쪽인 부산이 국방의 요지라는 문구로 해석되며 임진왜란 후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 앞에서 ‘우주석은 보물입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든 시민. 래추고 마을 관리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 앞에서 ‘우주석은 보물입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든 시민. 래추고 마을 관리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동구 주민 등이 모인 조합은 희소성과 시대정신을 지닌 우주석이 역사적 가치가 크다며 보물로 승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성문 모퉁이에 세운 우주석은 부산진성에만 있다고 강조한다. 1632년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석이 국방 안보에 대한 조상들 의지를 확인할 상징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서북방과 동남쪽에서 이어진 침략을 상기하기 위해 후대에 남긴 교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합 정순태 이사장은 “부산진성은 부산포와 함께 동래읍성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임진왜란이 끝나고 청나라가 부상하는 시기에 국방에 대한 의지를 담은 문화재가 저평가돼서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우주석은 당시 북방에서는 오랑캐, 남쪽에서는 왜적을 경계해야 한다고 기록한 유산”이라며 “동구가 지닌 역사를 알리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치가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9년 결성된 조합은 지난해 1월 자성대공원 명칭을 부산진성공원으로 바꾸는 데 앞장선 단체다. 일제 잔재를 없애기 위해 2021년부터 시민 운동을 주도해 성과를 냈다.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 앞에서 ‘우주석은 보물입니다’라 적힌 팻말을 든 시민. 래추고 마을 관리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부산진성 서문 성곽우주석 앞에서 ‘우주석은 보물입니다’라 적힌 팻말을 든 시민. 래추고 마을 관리 사회적 협동조합 제공

조합 요청을 받은 부산시 문화유산과는 동구청에 관련 공문을 넘긴 상태다. 부산시 소유 문화유산이나 관리단체인 동구청에서 검토한 뒤 보물 승격을 신청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부산시에 예산을 요청해 내년에 부산진성을 종합적으로 정비하려 한다”며 “종합 정비 계획을 만들 때 보물 승격 추진 여부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장은 우주석에 대한 연구와 사료가 부족한 데다 국가지정유산으로 지정하려면 인근 주민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며 “자료 조사에 대한 용역도 필요해 바로 추진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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