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30-50클럽 국가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인구와 경제력은 한 나라의 국력을 가늠하는 기본적인 척도로 여겨진다. 특히 인구는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노동력이나 군사력과 직결된 중요한 요건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2012년 6월 23일 처음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해 우리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 2만 달러를 돌파한 상태였기에 20-50클럽 국가가 됐다. 20-50클럽은 당시 선진국 진입 기준이던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이면서 5000만 명이 넘는 인구 규모를 갖춘 국가를 지칭한다. 20-50클럽 합류는 일본(1987년) 미국(1988) 프랑스(1990) 이탈리아(1990) 독일(1991) 영국(1996)에 이은 세계 일곱 번째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힘입어 2019년 3월 30-50클럽에도 진입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1349달러로 전년 2만 9745달러보다 5.4% 증가한 게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 역시 세계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인구가 많으면 국민소득이 낮고 국민소득이 높으면 인구가 적은 나라가 대다수다.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두 가지 조건을 다 충족한 국가는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30-50클럽 진입은 세계 최빈국이던 우리나라가 불과 60여 년 만에 당당히 강국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여서 대단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일본을 제쳤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6194달러로 일본 3만 5793달러보다 많다. 1992년 세계 최초로 30-50클럽에 오른 일본을 앞지름으로써 이제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곳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5개국뿐이다.

암울한 얘기도 들린다. 10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유례없는 저출생 현상과 고령화로 노동 공급이 감소하면 한국 경제는 생산성 증가율이 0%대로 추락해 2040년대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이미 통계청은 현재 5175만 명인 한국 인구가 이대로 간다면 2050년 4711만 명으로 줄고 100년가량 후인 2122년 200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내수 확대로 외풍에 덜 흔들리는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려면 5000만 명은 있어야 할 텐데 큰일 났다.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통한 40-50클럽 등극은커녕 30-50클럽 사수도 힘들지 싶다. 저성장 기조와 초저출생 문제 극복이 절실한데, 여야 정치권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