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발부터 파국 치닫는 국회… 협치 기대는 난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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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단독으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
소통·타협·견제·균형 원칙 회복하길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가 원 구성부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벌인 야당 단독 개원과 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로 국회는 시작부터 멈춰선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0일 밤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이 차지한 상임위원장에는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 법안과 특검을 담당하는 법사위,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과방위 등 핵심 상임위가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할 태세다. 이처럼 국회 원 구성부터 극단적 대립 양상을 보인 경우는 전례가 없었다. 의회 민주주의의 위기다.

야당이 국회의장과 핵심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국민의힘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탄’이라면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4·10 총선의 민의가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라는 뜻이지, 국회를 파행으로 만들라는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민주당은 범여권 192석의 숫자만 믿고 ‘승자 독식’과 ‘입법 독재’를 일삼는다면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국회 운영은 다수결 원칙과 함께 견제와 균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힘에 의한 국회 운영 독주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명분만 쌓아주고, 대한민국 의회 정치를 퇴보시킬 뿐이다.

속수무책인 국민의힘은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및 장·차관 상임위 불참 요구 등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일방적 국회 운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야당에 떠넘기자는 주장마저 나오는 모양새다. 대통령실도 “민주당이 힘자랑 일변도의 국회 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면서 철부지 같은 여당의 강경론에 힘을 싣고 있다. 자칫 국회에서 집권당이 사라지고, 야당이 통과시킨 법안마다 거부권이 행사되는 초유의 사태마저 빚어질 모양새다. 어떤 경우라도 여당이 국회를 비우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것은 집권당과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태이다. 국정을 책임진 주체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국민은 22대 국회에서 여야 협치와 대화의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골수 지지층과 대권만 바라보고 투쟁하는 것은 민심을 배반하는 길이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길어질수록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쟁점 법안 처리와 정기국회·예산국회마저도 표류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민생고만 커질 뿐이다. 당장 처리해야 할 연금개혁안을 비롯해 저출생 극복 법안, 방폐장법, 산업은행 이전법, 부산글로벌허브도시법 등 민생 법안이 쌓여 있다. 여야는 어떤 경우라도 대화 테이블에 앉아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소통과 타협, 견제와 균형이 정치의 기본 원리이다. 모든 국민이 여의도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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