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복지’ 효과 극대화… 사람 모이니 지역도 활성화 [5060, 부산의 활력으로]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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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빛고을노인건강타운

국내 최대 노인 건강·여가 시설
회원 8만 명, 하루 이용 3000명
체육 시설·100여 개 수업 운영
“이용료 저렴, 시간이 금방 지나”

주거·편의시설·관광객도 몰려
복지시설, 오히려 지역 발전 견인
은퇴자 연륜·경험 사회 환원도

올해 개원 15주년을 맞는 광주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시니어 복합 단지로 꼽힌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제공 올해 개원 15주년을 맞는 광주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시니어 복합 단지로 꼽힌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제공

빈곤, 무위, 고독, 질병은 흔히 노년의 4대 고통으로 꼽힌다.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개인도 사회도 이 고통을 덜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광주 남구 노대동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이하 빛고을타운)은 ‘규모의 복지’에서 해법을 찾았다.

■국내 최대 노인 시설

축구장 16개 면적보다 넓은 부지(11만 7300㎡), 누적 회원 8만 명, 하루 평균 이용자 3000명. 광주시가 운영하는 빛고을타운의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숫자들이다. 빛고을타운은 국내 최대 규모의 노인 건강·여가 시설이다. 수영장과 헬스장, 탁구장, 게이트볼장 등 체육 시설이 조성되어 있고, 9홀 골프장도 빛고을타운 바로 옆에 들어서 있다. 합창·그림 그리기·외국어 강습 등 운영 중인 여가·교육 프로그램은 100여 개에 달한다. 이용객이 많다 보니 이발소와 은행, 물리치료실, 구청 민원봉사실 등 각종 편의 시설도 빛고을타운 안에 들어와 있다.

이용료도 저렴한 편이다. 만 60세 이상 일반회원 기준 점심 한 끼는 3000원이면 해결되고, 프로그램 수강료도 한 달에 5000원이다. 한 달 4만 원인 수영 강습 수강료가 가장 비싸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하루 종일 빛고을타운에서 보낸다. 라인댄스반 반장인 김석봉(74) 씨는 은퇴 후 8년째 빛고을타운으로 ‘등교’하고 있다. 김 씨는 “은퇴 후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이곳에 와서 생전 해보지 못한 취미를 기초부터 배웠다”며 “오전에 운동을 하고 점심 먹고 프로그램 한두 개를 하고 나면 하루가 금방 간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곳에서 친구들이 생긴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김 씨는 “여기 친구들은 매일 만나고 즐거운 활동을 같이 해 친밀감이 더 높다”고 전했다. 빛고을타운 때문에 이사까지 한 이도 있었다. 담양에 살던 백희임(73) 씨는 수영을 배우기 위해 10년 전 빛고을타운을 찾았다. 이후 수영 이외에도 하모니카, 우리 춤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배우며 삶의 활력을 느꼈고, 급기야 빛고을타운 근처로 집을 옮겼다. 백 씨는 “건강도 챙기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지상낙원”이라고 말했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진행되는 각종 건강·여가 프로그램들.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제공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진행되는 각종 건강·여가 프로그램들.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제공

■복지 시설이 관광지로

빛고을타운이 개원한 2009년만 해도 인근에 논밭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빛고을타운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주변에 주거와 편의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복지 시설이 주변 지역 개발을 이끈 드문 사례이다.

김용덕 빛고을타운 본부장은 대규모 복지 인프라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자동차나 버스 등 이용객들이 손쉽게 올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인근 숲과 연결된 산책로 등 자연환경도 우수해 집객 효과가 극대화됐다”고 말했다.

대규모 시설로 이용객 편의도 높아졌다. 김 본부장은 “각종 시설이 한데 모여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워낙 프로그램이 많아 친교 활동에서 이용객들은 적당한 익명성을 보장받아 부담감이 덜하다”며 집 근처 복지관이나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느꼈던 불편이 이곳에서는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빛고을타운의 고령화 대응 전략을 배우기 위해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에서도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중국의 노인들이 복지 시설에 방문해 대규모 교류 행사를 활발하게 가졌다”며 “복지 시설이 관광객 유치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륜의 사회 환원

최근 빛고을타운은 여가·건강 시설을 넘어 은퇴자들의 연륜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정책 패널 1000인’ 사업이다. 3년 동안 1000명의 ‘선배 시민’들을 모아 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논의해 지자체 등에 전달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곳에서 ‘선배 시민’으로 불리는 시니어들은 지자체 주요 정책에 대한 자문을 하는 패널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시행 첫해인 올해는 260명이 모여 정책을 도출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은퇴 직전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들이 퇴직한 순간 ‘노인’으로 분류되어 복지 수혜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풍토가 있다”며 “은퇴자들의 경륜을 살려 일자리든 사회봉사든 사회 환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서 착안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빛고을타운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해설자 역할을 하는 ‘은빛 도슨트’과 이곳에서 배운 취미 활동을 통해 사회 봉사활동을 하는 ‘사회공헌 캠프단’ 등도 운영 중이다. 우리춤 공연단인 강신숙(72) 씨는 “10년 전부터 유화 그리기와 우리 춤을 배워 개인전을 열고 각종 행사에 공연도 나가고 있다”며 “특히 한 달에 서너 번씩 취약 계층 등을 찾아 공연을 하면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끝-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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