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경남 행정통합 성패, 시도민 설득·추진력에 달려
9월 통합안 마련 내년 3월까지 공론화
과거 경험 살려 광역권 통합 모범 되길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17일 부산시청에서 만나 두 시도 간 행정통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합의문을 채택했다. 두 시도는 9월까지 행정통합안을 마련한 뒤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년 3월까지 시도민들 대상으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다른 지자체의 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외부적 요인 때문이 아니더라도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의 상생발전과 미래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지난해 한 차례 제동이 걸린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야말로 두 시도가 꼼꼼한 준비와 과감한 추진력으로 선도적인 분권 모델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두 시도가 채택한 공동합의문에는 세 가지 사안에 대한 협력 사항이 담겼다. 첫 번째 합의 내용에서 행정통합과 관련된 대략적 얼개를 살펴볼 수 있다.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해 시민 공감대 확산을 위한 절차를 체계적으로 마련한다는 점, 통합 지자체가 연방제의 주(州)에 준하는 실질적 권한과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그 근거를 담은 특별법의 제정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밖에 두 시도는 신성장산업 육성과 인재 양성, 물류·광역교통 개선, 물 공급 문제에 협력하고 접경 지역의 주민 불편 해소에도 성실히 노력하기로 했다. 부산·경남이 남부권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는 데 긴요한 행정통합의 방향성이 두루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행정통합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도민의 공감대 형성이다. 지난해 찬반 여론조사에서는 찬성(35.6%)보다 반대(45.6%) 의견이 더 많아 논의가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여론조사는 행정통합의 중요성이 제대로 홍보되지 못해 지역민 의사 반영의 객관적 지표로 삼기엔 부족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이번에는 민간 주도의 공론화 작업을 통해 내년 상반기쯤 시도민의 찬반 의사를 확인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 통합의 대의와 상승효과를 제대로 알려 시도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막중하다고 하겠다.
행정통합은 기실 험난한 길이다. 각 광역지자체가 중점을 두는 추진의 방향이 다르고, 각 시도의 주민들 생각도 제각각이라서다.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은 모두에게 두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명쾌한 비전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형식적 통합이 아니라 고유의 권한과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통합의 효과와 이익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부산·경남 내 기초지자체들에게 설득시키고, 특별법 제정과 함께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도 끌어내야 한다. 통합 논의는 부울경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겪은 무산과 부진의 경험은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광역권 통합의 전범으로 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