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거친 놈
■ 크리스 버든 '1971-74 일부 작품 기록'
크리스 버든의 초기 작업은 자신의 신체를 사용한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퍼포먼스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팔에 총을 쏘거나(‘쏘다’) 손발을 묶고 깨진 유리를 기어다니고(‘밤새도록 부드럽게’) 사물함에 5일 동안 스스로를 가둬 놓는 등(‘사물함에서 5일 동안’) 자신의 신체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전쟁이나 소비 문화 그리고 교육 제도 등과 같은 사회 문제에 관한 탐구와 비판을 시도했다.
그는 자신의 퍼포먼스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정서적 반응을 유도하고 예술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함으로써 개인의 행동이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질문한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충격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에 관한 보다 깊은 질문들을 제기하고 대중의 인식을 전환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는 예술을 통해 대중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폭력과 소외 그리고 무관심과 같은 현실을 직면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대중이 사회 내에서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을 재고하도록 유도한다.
버든의 충격적인 퍼포먼스는 사회적 담론을 생성하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반영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미국의 비평가 핼 포스터는 그의 저작 〈소극 다음은 무엇?〉에서 예술이 전쟁, 테러, 재난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에서 발생하는 외상과 갈등을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버든의 ‘쏘다’(1971)는 이러한 논의를 구체화하는 예로, 관객에게 폭력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폭력의 현실과 그 영향에 대한 인식을 강렬하게 제공한다. 이 작품은 1970년대 미국 사회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한다면 더욱 쉽게 읽힌다. 베트남 전쟁과 같은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갈등은 작품의 배경을 이루며, 이로 인한 폭력과 사회적 외상의 문제가 더욱 부각된다. 버든의 몸은 폭력의 매개(medium)가 되어 외상의 기억을 형성하고 보존하며, 동시에 우리를 외상에 직면하게 함으로써 외상의 치유 과정을 촉진하는 매개(catalyst)로도 작용한다.
하지만 외상은 계속된다. 포스터의 논의를 빌려, 우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고통 속에서 방황하는 인류의 모습을 본다. 전쟁, 테러, 재난은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고 새로운 상처를 남긴다. 이 지속적인 외상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된다. 예술은 어디에 있는가? 그 충격과 도발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더 거친 놈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우리의 무관심에 관심 가지며, 사회의 깊은 상처를 드러내는 자들이다. 버든은 자기 몸을 총알에 내맡기며 폭력의 순간을 영원히 기록했다. 더 거친 놈들이, 더 거친 예술이,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며, 우리가 마주한 모든 외상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크리스 버든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능수능란한 관종’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