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도 ‘소녀상’ 건립… “보편적 여성 인권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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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사르데냐섬 제막식 열려
유럽 2번째 해외에선 14번째
일본, 비문 문구 항의 나서자
시장 “전쟁 피해자 대표” 일축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바닷가 휴양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정의기억연대 제공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바닷가 휴양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정의기억연대 제공

지중해를 바라보는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바닷가 휴양지에 ‘평화의 소녀상’이 22일(현지시간) 설치됐다. 유럽에서 소녀상이 설치되는 것은 독일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사르데냐섬 스틴티노 해안가에서 열린 제막식 행사에는 지역 정치인들과 여성단체, 시민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과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현지 합창단이 우리 민요 ‘아리랑’을 불렀다. 행사에 참석한 사르데냐 시민들은 이 이사장에게 다가와 소녀상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고 한다.

스틴티노시는 소녀상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바닷가 공공부지에 소녀상을 건립했다. 스틴티노 시청과는 불과 200m 거리다.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 발레벨라 시장이 정의연의 제안을 수락하며 이탈리아 첫 소녀상이 세워졌다. 소녀상 옆에는 ‘기억의 증언’이라는 제목 아래 긴 비문이 별도의 안내판으로 설치돼 있다.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데려가 군대의 성노예로 삼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다. 또한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며 소녀상을 철거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한 강한 유감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본측이 시에 제막식 연기를 요청하는 등 시작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현지 지역지 루니오네 사르다는 스즈키 사토시 주이탈리아 일본 대사가 제막식을 이틀 앞둔 지난 20일 스틴티노시를 방문해 발레벨라 시장에게 제막식 연기를 요청했다면서 제막식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를 건드리며 두 국가 사이에 논란을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스즈키 대사는 일본이 과거 범죄에 대해 사과했고 피해배상금 지급 절차를 밟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녀상 비문 문구가 사실과 다르다고 시측에 항의했다는 것이다.

발레벨라 시장은 스즈키 대사의 제막식 연기 요청을 거부했다. 다만 비문 문구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발레벨라 시장은 “나는 정확한 사실이 전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공식 입장을 알기 위해 주이탈리아 한국 대사에게 이를 확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발레벨라 시장은 “하지만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전쟁 중에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이라며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기념하는 한국의 여성 피해자들은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 등 현재 전쟁 폭력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모든 여성을 대표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발레벨라 시장은 제막식 축사에서 소녀상이 일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 여성 인권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도 전했다.

제막식에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발레벨라 시장이 소녀상 비문 문구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한일 양국의 입장을 병기하는 내용으로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발레벨라 시장을 만나 확인한 결과, 본인이 일본 대사를 만났을 당시 비문 변경을 언급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비문을 고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발레벨라 시장이 일본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일본 측에는 비문 문구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을 수도 있다”며 “소녀상을 지키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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