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역대 가장 뜨거운 6월
장마와 성급한 폭염·열대야가 뒤섞이는 수상한 6월을 지나고 있다. 지난 19일 전국 곳곳에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발생해 폭염경보·주의보 발효와 함께 6월 최고 기온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은 21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빠른 열대야까지 기록했다. 부산도 이미 불볕더위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는데, 주말에 장마 전선의 영향권에 들면서 잠시 기온이 수그러들었을 뿐이다.
여름은 다양하게 정의된다. 미국은 6~8월이 여름이다. 일본에서는 최고 기온 25도 이상이면 여름으로 본다. 한국은 평균 기온 20도가 지속되는 여부로 구분한다. 올해 부산은 5월 18일 평균 20.1도를 시작으로 19일 20.4도, 20일 21도로 이어졌다. 5월 하순부터 여름철 기준이 충족된 것이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김해동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상학적으로 여름은 4월부터 11월까지”라는 다소 충격적인 설명을 내놨다. 올해 4~5월에 일부 지역에서 최고 기온이 30도가 넘었고 지난해 11월 중순 일부 지역에서 29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여름이 확장된 것과 장마와 폭염, 호우의 불규칙성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남부 지방의 장마는 6월 23일~7월 24일이다. 통상 장마철에 1년 치 강우량의 60~70%가 내린다. 하지만 2022년 장마철에 내린 비는 42.2%에 불과하고 이후 49.8%가 내렸다. 장마 종료 뒤 되레 폭우 빈도가 는 것이다. 1998년 7월 31일부터 이틀간 지리산에 내린 ‘게릴라 호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장마가 끝나고 태풍이 오기 전인 ‘7말 8초’에 피서와 휴가가 절정을 이루던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됐다. 기상청에서 “전통적 의미의 장마가 사라졌다”면서 대체 표현을 찾겠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형 우기’ 등이 거론됐지만, 장마 전선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에 용어 변경은 그리 간단치 않다.
역대 가장 뜨거운 6월을 지나면서 올여름 어떤 폭염·폭우가 엄습할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또 이상 기후로 지구촌 곳곳이 신음하는 뉴스 장면을 접하면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최근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등재된 ‘한국인의 기후 불안 수준 및 특성’ 연구에 따르면, 젊을수록 ‘기후 불안’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기후를 자신과 공동체의 위기로 받아들여 우울증과 스트레스까지 호소한다는 것이다. 맞설 엄두가 나지 않는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무기력감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자연 재해 트라우마까지 기승을 부리는 시대다. ‘병든 지구’가 인류에 전하는 최후통첩이 아닐까.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