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스러운 과거사에 밀양시장도 시민단체도 고개 숙였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제대로 반성·사과 못한 지역사회 책임 있다”
피해자 지원 성금 모금… “일상 회복 도와 달라”

안병구 밀양시장과 밀양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공동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밀양시 제공 안병구 밀양시장과 밀양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공동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밀양시 제공

경남 밀양시가 불미스러운 과거사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20년 만에 재소환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도시 이미지가 실추하자 지역 대표자들이 수습에 나섰다.

밀양시 안병구 시장은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허홍 밀양시의회 의장과 80여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 사과문을 발표했다. 2004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이 사건으로 불편함을 느꼈을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최근에 유튜브 등에서 해당 사건 가해자들 신상이 공개돼 ‘사적제재’ 논란이 일고, 피해자의 인권이 또다시 침해받을 우려가 큰 상황이라 공개 석상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병구 밀양시장과 밀양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공동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밀양시 제공 안병구 밀양시장과 밀양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공동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밀양시 제공

안 시장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올바르게 이끌어야 할 어른들의 잘못도 크고, 그동안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하지 못한 지역사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존중·보호받으며,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밀양 집단 성폭행’은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해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했다. 다른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으며,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결정했다.

그러나 이달 초부터 온라인 공간에서 가해자들 얼굴·직업 등 신상이 공개되자 다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밀양은 ‘성범죄 도시’라는 오명을 사야 했다. 시청 홈페이지에도 5000건 이상의 항의 민원이 빗발쳤다.

안병구 밀양시장과 밀양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공동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밀양시 제공 안병구 밀양시장과 밀양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공동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밀양시 제공

이에 밀양 종교계는 이 사건 피해자를 위한 합동 예불과 기도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향교·성균관유도회 등 유림단체에서는 고유제 개최와 학교 순회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윤리 의식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밀양 성폭력·가정폭력 통합상담소도 이달 말까지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성금을 모금해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피해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안 시장은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서도 피해자의 조속한 일상 회복과 밀양시의 자정 노력에 관심을 두고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안병구 밀양시장과 밀양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공동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밀양시 제공 안병구 밀양시장과 밀양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25일 오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공동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밀양시 제공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