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속 화재 적합 소방기준 필요성 알린 리튬공장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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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비전에 매달려 안전관리 소홀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끔 제도 정비해야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25일 국내 리튬 일차전지 기업인 충남 당진 비츠로셀을 방문해 회사 내 안전관리 시스템 및 제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25일 국내 리튬 일차전지 기업인 충남 당진 비츠로셀을 방문해 회사 내 안전관리 시스템 및 제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4일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배터리 공장 화재 이후 정부의 움직임이 몹시도 분주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5일 각 부처를 아우르는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을 밝혔고,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도 소방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배터리산업 현장 안전점검 태스크포스’를 별도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부랴부랴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선 꼴이다. 20여 명이나 숨진 참극에 정부로서 마땅한 대응이라고 하겠으나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왜 미리미리 예방책을 강구해 놓지 않았는지 따져 묻고 싶어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고에서 인명 피해가 컸던 데에는 진화가 어려웠던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리튬 배터리는 폭발 등으로 불이 붙으면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물이나 일반 소화약제로는 끌 수가 없다. 이런 배터리 3만 5000개가 연쇄 폭발했으니, 그 참상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실제로 이번 화재에 159명의 소방 인력과 67대의 장비가 동원됐음에도 초기 진압에만 5시간 넘게 걸렸다고 한다. 거기다 다량의 유해화학물질이 연소하면서 나온 유독가스까지 덮쳐 인명 피해를 가중시켰다.

과거에도 화재로 인한 사고는 숱하게 있었지만, 이번 배터리 공장 화재가 우리 사회에 울린 경종은 보통 심상한 게 아니다. 현장 안전 소홀 등 기본적인 요인은 차치하고, 우리나라의 재난 관련 법·제도가 급변하는 산업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번 참사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배터리와 같은 충전 장치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이른바 금속 화재로 불린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현행법상 금속 화재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어 전용 소화장비 개발·설치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전기자동차 등 일상생활에서도 리튬 배터리 사용이 급증하는 형편임을 고려하면 이 얼마나 두려우면서도 한심한 일인가.

리튬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나 에너지처럼 고부가가치가 높은 미래형 첨단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 등이 전력을 다해 육성하고 지원하는 이유다. 하지만 빛이 밝으면 그늘도 짙은 법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그런 첨단산업의 장밋빛 비전에만 매달려 있었을 뿐 그에 수반되는 안전 문제는 애써 외면해 왔다. 그 사실을 분명히 확인해 준 게 이번 배터리 공장 참사다.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해야 함은 당연하나 거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이참에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끔 법과 제도를 정비해 금속 화재 같은 사고와 재난을 막을 안전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 사후약방문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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