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소상공인 지원책, 단비일 뿐 내수 진작 급선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5조 원 규모 재정·세제 대책 발표
소비자 지갑 못 열면 백약이 무효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에는 재정과 세제, 두 측면에서의 지원 사항을 담았다. 대출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거나 임차료 관련 세금 할인 기간을 늘리는 식이다. 그 규모가 도합 25조 원에 이르고 수혜 대상도 110만 명이 넘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논란이 큰 배달앱 수수료 갈등도 각 부처가 합동으로 집중 점검하고, 영세 소상공인의 배달료를 지원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정부는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이라고 자신했는데, 고금리·고물가에 신음해 온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겐 말 그대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정부 대책의 내용이 꽤 포괄적이다. 우선 정책자금과 보증부 대출의 상환기간을 최대 5년까지로 연장키로 했다. 채무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의도인데, 같은 차원에서 저금리 대출 전환 요건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폐업 위기 극복을 위해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규모를 10조 원 이상 확대하는 한편 임대료·전기료 등 고정비용 완화 대책도 담았다. 특히 주목되는 건 ‘소기업으로의 성장 지원 프로그램’이다. 온라인이나 해외 쇼핑몰 진출 등 영업·판매 부문의 스마트·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채무부담 완화에서 재기에 이르는 폭넓은 지원책들이니 큰 기대를 가져도 되겠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국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의 각종 통계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이미 한계상황에 몰렸음을 확인해 준다. 올해 1분기에 11조 원에 육박하는 이들의 대출 연체액이 좋은 예다. 이는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인데, 더 심각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연체 규모가 급증한다는 점이다. 폐업을 가속화하는 이런 상황이 대출 상환을 연장해 주고 채무를 조정한다고 해서 쉽게 해소되리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고금리·고물가 아래에서 자칫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신용도만 떨어뜨리고 부실 대출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가 대출 연장 등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을 내놓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매번 임시방편에 그치다 보니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폭넓은 지원 방안을 담았다는 이번 대책 역시 근본 문제의 해결 없이는 실패한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현재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위기는 내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 제 아무리 금융지원을 쏟아부은들 결국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뿐이다.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전문 연구기관들은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단의 내수 진작책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최선의 대책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