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으로 날 새는 국회, 민생 위한 정치는 언제 하나
거부권·탄핵 일상화 극단적 대결 산물
‘민생 챙기는 국회’ 볼 수 있기는 하나
정치권이 탄핵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의 일방적 독주에 맞선다며 사사건건 탄핵으로 대응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수사 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는데 김 위원장이 보고 직전 사퇴한 탓에 표결은 무산됐다. 이와 별도로 윤석열 대통령 탄액소추 국민 청원이 3일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회는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날을 새고 있다. 거부권과 탄핵의 일상화 속에 민생 입법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일상화된 탄핵은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특히 이 대표 수사 검사들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한 검사 4명 중 3명이 이 대표 관련 수사에 참여한 이들이다. 물론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않는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해서는 견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야당 대표 수사 검사에 대해 명백한 증거 없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명분을 얻기 힘들다.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이다. 김홍일 위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도 결국 방통위 파행의 악순환만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다.
탄핵소추는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견제 기능이지만 정치 공세용 남발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 당장 국민의힘은 ‘2년간 13건의 탄핵을 남발한 민주당은 탄핵 중독 정당’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금의 탄핵 정국은 정부와 여당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대통령실의 일방적 독주와 거부권 남발이 야당의 강경 대응을 불러왔다는 논리다. 방통위만 해도 지난해 민주당이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 임명을 거부하고 2인 체제로 끌고 온 게 대통령실이다. 12월 서울고법이 2인 체제 방통위의 결정은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호 존중이 없으니 정치는 사라지고 패싸움만 남는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과 탄핵의 일상화는 결국 극단적 대결 정치의 산물이다. 국회 개원이 한 달이 넘었지만 특검에 이어 탄핵을 둘러싼 정치 공방에 매몰돼 민생 경제 현안 처리는 헛바퀴를 돌고 있다. 말 그대로 허송세월이다. 야당은 대통령과 검찰, 방통위 저격에만 힘을 쏟는 중이다. 여당도 말로만 ‘일하는 여당’이지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21대 국회 연금개혁 무산 때 22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던 약속은 벌써 잊었다. 국민들 눈에는 일방적으로 정책과 인사를 밀어붙이는 대통령실과 마찬가지로 탄핵 카드만 남발하는 야당도 오만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여전히 정치가 민생에 최대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