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송곳 지적’ 당내 찬사… 박준태 ‘6시간 30분’ 강행군
22대 첫 필리버스터 이모저모
유상범, 성인용 기저귀 착용
일부 의원 의석서 ‘꿀잠’ 논란
야당선 박주민·신장식 등 나서
국민의힘은 3일에 이어 4일까지 채 상병 특검법 관련 ‘밤샘’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진행했다. 시작 24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주진우 의원 등 초선들의 ‘송곳 지적’에 당내 찬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1인 6시간 토론 강행군과 ‘꿀잠’ 논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쏟아졌다.
거대 야당 주도의 채 상병 특검법 반대에 나선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오후부터 4일 오후까지 24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는 토론 종결 규정을 활용하면서 여당 필리버스터는 단 하루에 그쳤다.
국민의힘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의원은 전날인 3일 오후 3시 40분께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연단에 올랐다.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라고 비판하며 발언을 시작한 유 의원은 당일 오후 8시까지 약 4시간 20분간 단상을 지키며 토론을 이어 갔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발언이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성인용 기저귀까지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두 번째 주자로는 주진우(부산 해운대갑) 의원이 나섰다. 검사 출신의 주 의원을 두고는 ‘초선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발언 도중 준비해 온 서류를 보지 않은 채 전문성을 앞세워 논리적으로 야당 발 특검법의 하자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다.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에선 주 의원을 두고 “필리버스터를 보고 팬이 됐다”, “차분하고 논리정연하게 잘한다” 등 선배·동료 의원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주 의원은 필리버스터에서 자신이 “곧 자녀를 군에 보내야 할 부모”라며 “박정훈 수사단장의 수사, 조치에 문제 없었는지 군에 자녀를 보낼 부모 입장에서 따져보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동안 대통령실이나 정부는 ‘수사 가이드’ 논란이 제기될까 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 언급 삼가왔다”면서 “그러다 보니까 국민께서 ‘박 단장은 수사를 무조건 잘했다’는 민주당의 프레임에 갇혀서 이 사안을 그쪽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 반대쪽 시각도 함께 살펴봐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세 번째 타자로 오른 박준태(비례) 의원은 4일 오전 2시 30분부터 약 6시간 30분 동안 단상을 지키며 새벽 시간 외로운 강행군을 이어갔다. 4일 오후 단상에 오른 곽규택(부산 서동) 의원은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을 짚으며 대야 공격수로의 진면모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기도 한 곽 의원은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 1심 판결문을 읽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는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급하다는 이유로, 국민의 관심과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근거 없는 특검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야당에서는 민주당 박주민·서영교 의원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등이 윤 정부의 채 상병 사건 은폐 의혹을 강조하며 찬성 토론으로 여당의 입장에 맞서기도 했다.
한편, 필리버스터 중 국민의힘 김민전·최수진 의원이 각각 의석에서 조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사과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 의원은 이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당 최고위원 후보인 김 의원 역시 이날 라디오에서 “정말 부끄러운 일”, “너무 민망한 일”이라고 사과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