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침체 늪에 빠진 부산경제, 시·상공계 회생에 진력하라
전방위적 산업 몰락에 고용 지표도 꼴찌
서민 고통 덜고 희망 주는 정책 수립해야
부산의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부산 대표 상권 중 공실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상권 점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경제 상황이 심상찮다. 지역경제 쇠락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확인되는 각종 지표는 붕괴 직전의 위기감을 갖게 한다. 전국적 경기 침체 상황과 견주어도 부산은 더 심각하다. 건설 경기 추락은 바닥을 알 수 없는 실정이고 제조업도 침체의 늪에 빠져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부산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자영업도 한 집 건너 한 집이 문을 닫을 정도로 몰락 위기다. 이 때문에 고용 사정 또한 전국 최악이어서 청년층 유출과 경기 침체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와 상공계가 비상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심각한 국면이지만 뾰족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확인되는 지표만으로도 경기 악화의 심각성을 실감한다. 5월 기준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5500세대에 육박하며 11년 만에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수영구의 한 아파트는 다 지었는데 한 채도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만 부도난 지역의 종합건설업체가 세 곳으로 업계는 줄도산 공포에 휩싸였다. 제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지역의 500대 강소기업에 올해 매출 전망을 물었는데 절반이 지난해에 비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반도체 수출 회복에 따른 정부의 제조업 업황 회복 전망은 딴 세상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분기 부산의 자영업자 수가 11.3% 급감했다는 것은 부산경제의 몰락이 전방위적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산업의 몰락은 결국 일자리 악화로 이어진다. 5월 기준 부산의 건설업 취업자는 12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20%에 해당하는 3만 2000명이나 줄었다. 경기에 민감한 건설 노동자와 자영업자 감소는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진다는 의미여서 당장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일이다. 부산의 구조적 고용 상황도 나아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부산의 지난해 고용률은 57.7%로 17대 광역시도 중 꼴찌였다. 2007년부터 17년째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부산의 월평균 임금도 269만 원으로 바닥권(13위)인데 서울과의 임금 격차는 2019년 35만 원에서 지난해 72만 원으로 확대됐다. 이러니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시가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나 금융 기회발전특구 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하루하루 살기가 팍팍해진 서민들에게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그나마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에어부산 분리 매각 같은 눈에 보이는 일은 진전조차 없다. 당장은 건설업과 자영업 붕괴에 따른 서민 지원 등 단기적 대책이 시급하다. 산업생태계 혁신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비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와닿게 해야 한다. 시민들은 글로벌 허브도시 도약이라는 거창한 목표보다 부산이 전국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지역에 들어섰다는 위기감이 더 크다. 현재의 경기 상황에 따른 고통도 덜어 주고 부산경제에 대한 미래 희망도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