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처럼 폭주하는 김희애 “연기는 나를 증명하는 힘”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권력욕에 빠진 정수진 역 맡아
정확한 대사 암기·전달에 신경
설경구와 세 작품 연속 함께 해
데뷔 42년차 “연기로 가치 증명”

넷플릭스 ‘돌풍’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김희애. 사진은 ‘돌풍’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돌풍’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김희애. 사진은 ‘돌풍’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선 김희애의 연기 3단 변신을 볼 수 있다. 차분한 눈빛에서부터 불안과 공포의 감정, 휘몰아치며 폭주하는 캐릭터를 한 작품 안에서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애는 “상대 배우에게 ‘같이 하면 연기가 잘 나온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이번 작품도 그런 마음으로 했다”고 웃었다.

김희애의 신작인 ‘돌풍’은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다. 김희애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지만, 권력의 유혹 앞에 무너진 경제부총리 정수진을 연기했다. 김희애는 “사실 내가 나온 콘텐츠를 잘 안 본다”면서도 “‘돌풍’은 볼 때마다 새로워서 세 번이나 봤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오래전부터 박경수 작가의 팬이었다고 밝힌 그는 “박 작가의 작품을 보면 가슴이 뛰더라”며 “이번 작품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박경수 작가의 작품인 것만으로도 반가웠다”고 회상했다. “요리사가 신선한 생선을 받으면 이걸 어떻게 요리할지 설레서 가슴이 뛰잖아요. 배우도 마찬가지예요. 게다가 이전 작품 이상으로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캐릭터도 매력적이더라고요. 안 할 이유가 없었죠.”

배우 김희애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김희애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돌풍’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돌풍’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김희애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대사 전달’에 가장 신경 썼다고 했다. 박 작가 작품은 대사량이 많고, 특유의 문어체적인 대사를 쓰기 때문에 연기 생활을 오래 한 배우에게도 쉽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는 “처음엔 연기는 고사하고 대사를 정확하게 외우고 발음하는 것에만 신경 쓸 정도였다”면서도 “나중엔 정수진의 마음에 집중하다 보니 작품에 저절로 몰입하게 돼 좀 낫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뜻밖의 말을 덧붙였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대사가 잘 안 외워지더라고요. 혀도 굳는 것 같고요. 그래서 연기하지 않을 때도 뇌 운동을 계속해서 하려고 해요. 영어 공부도 그래서 꾸준히 하는 거에요.”

상대 역인 설경구와는 세 작품을 연달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더 문’과 개봉을 앞둔 허진호 감독의 신작 ‘보통의 가족’에서도 연기 호흡을 맞췄다. 김희애는 “제대로 연기 합을 맞춰본 건 처음”이라며 “이번 작품을 보니까 설경구가 왜 설경구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더라”고 칭찬했다. 그는 “설경구 씨와 연기를 안 하고 싶은 배우가 있겠나”라면서 “좋은 배우가 좋은 작품을 만나면 더 빛이 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이 그런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김희애는 어느덧 데뷔 42년을 맞았다. 여전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며 명실상부한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에는 영화 ‘허스토리’로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기도 했다. 김희애는 “예전엔 일이 싫을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며 “연기는 나를 증명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할 때 살아있는 걸 느낀다”면서 “촬영할 때 힘들고 괴롭기도 하지만, 그걸 했기 때문에 선선한 날 친구들과 운동할 때 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예전엔 연기가 생활의 수단이었거든요. 그땐 이런 재미를 못 느꼈어요. 이젠 그렇지 않아요. 연기는 제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들도 절대 멈추지 마세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