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상병특검법' 2차 거부, 국회 정상화 위해 논란 끝내야
여야 무한 대치, 22대 개원식 못할 판
'3자 특검 추천' 등 타협, 민생 챙기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특검법)을 거부(재의요구)했다. 전날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 소재가 밝혀진 상황”이라는 이유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 말미에 거부돼 폐기됐다가 22대 임기 시작과 동시에 재발의됐지만 다시 거부됐다. 이에 반발한 야권은 대통령 탄핵 청문회 카드를 꺼내들었다. 야권 주도의 법사위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국회 청원 참여자가 130만 명을 넘어선 것을 근거로 청문회를 추진한다. 여당과 강 대 강 충돌 수순은 불가피하게 됐다.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야권은 ‘사단장 면죄부’가 정해진 시나리오라며 “특검 당위성을 선명하게 할 뿐”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여권은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 발표를 기다리자는 입장으로 맞선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하면 출구를 찾기 힘든 벼랑 끝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청문회 5개 사유 중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과 ‘김건희 일가 부정 비리’ 건을 우선 추진하려고 한다. 김건희 여사 모녀를 증인석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의 극한 충돌은 불가피하다. 민생은 없고 정쟁만 남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22대 국회는 개원식도 치르지 못한 채 채상병특검법 재의결과 대통령 탄핵 청문회라는 블랙홀 이슈에 빠져들었다. 19일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전후로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으면 헌정 사상 최초의 개원식 생략 상황도 올 수 있다. 개원식과 함께 열리는 여야 대표 및 대통령 연설이 기약이 없게 되는 것은 의회 협치와 삼권분립의 위기다. 정치권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채상병특검법만 해도 여야가 절충점을 찾을 여지는 충분히 있다. 이미 대안으로 제시된 ‘제3자 특검 추천’은 여야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다. 특검법에서 여야 협치를 이루고 개원식이 열리는 국회 정상화 수순을 찾는 것이 현재 최대 과제다.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던 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규명하는 게 이 사안의 본질이다. 경찰의 발표에서 ‘바둑판식’이나 ‘가슴 장화’ 언급이 사망 사고와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결론에 수긍하지 않는 국민도 적잖다. 공수처도 수사에 속도를 내되 결과 발표에서 의구심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해소하는 데 정치권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국회로 채상병특검법이 돌아오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다시 부결과 재발의의 악순환에 빠져서는 안된다.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민생도 없다. 국내외 산적한 현안을 외면한 정치 부재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