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해외 입양 375명 불법 여부 조사
호적 조작 등 인권침해 규명
부산 시설서 입양 46명 포함
우리나라의 불법 해외 입양 의혹을 조사 중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 대상 입양인 375명 중 부산 지역 시설을 통한 사례가 4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입양 과정에서 기록 조작 등 불법 행위를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중인 1970~1990년대 한국의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375건 중 46건이 부산 시설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11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부산 관공서, 아동복지시설, 입양 알선기관 등을 중심으로 과거 해외 입양 과정에서 불법 행위와 아동·친생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중대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 12월부터 해외 입양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가 있었는지 총 375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해외 입양 인권침해 사건은 친부모가 있는 영유아, 아동이 유괴되거나 부모의 동의 없이 해외로 입양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1970~1990년대 해외 입양을 담당했던 4개 입양기관(홀트아동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한국사회봉사회, 동방아동복지회(현 동방사회복지회))의 입양 관련 서류 확보로 시작해 조사 신청자 진술과 비교하는 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덴마크 해외 입양인들이 1970~1990년대 입양 과정에서 국가와 사설 입양기관이 자행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조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해외 입양인이 집단으로 진실화해위에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청자들이 늘어나면서 조사 대상이 된 사건도 기존 271건에서 375건으로 대폭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는 현재까지 조사를 통해 불법 입양으로 보이는 조작 사례를 일부 확인했다. 지난 5월까지 친생부모 호적과 고아 호적이 이중으로 존재하는 ‘위조된 고아 호적’ 사례 4건이 드러났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해외 입양 관련해 각계에서 관심이 많은 상황에서 국가기관의 첫 조사가 이뤄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에 해외 입양 관련 진실 규명을 요청한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 한분영 대표는 “단순히 부모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에게 진실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번 조사를 요청했다”며 “해외 입양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1차 조사 결과를 오는 10월~1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해외 입양과 관련해 국가기관에서 내놓는 첫 공식 발표로, 국가 책임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향후 관련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