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전·민생 안 보이고 국민 걱정 끼치는 거대 양당 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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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의혹과 충성 경쟁만 난무
국가적 위기 해결 위해 경쟁해야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지지 후보 연설이 끝나자 자리를 뜨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지지 후보 연설이 끝나자 자리를 뜨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정당의 최고 축제인 전당대회가 비전과 정책은 사라지고, 비난과 계파 정치만 횡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23일,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달 18일 각각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당권 주자 간 진흙탕 싸움으로 집권 여당으로서 쇄신과 개혁은 찾아보기 어렵다. 108석에 불과한 소수 여당의 권력 쟁탈전에 눈살을 찌푸릴 정도다. 민주당도 전당대회가 ‘이재명 노선’ 구축을 위한 계파 행사로 전락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이재명 마케팅’만 펼치는 등 “민주당에 정작 ‘민주’가 실종됐다”는 비판마저 이어지고 있다. 거대 양당의 전당대회에서 국민이 바라는 민생과 개혁은 사라진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갈수록 가관이다.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7·23 전당대회는 내부 의혹 폭로전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김건희 문자 논란’을 기폭제로 ‘댓글부대’ ‘사천’ ‘측근 요직 추천’ ‘여론조성팀’ 등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가 아니라, ‘자폭 대회’ ‘분당 대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전당대회 TV연설회에서도 당권 주자들은 상대 후보에게 “노상 방뇨하듯 오물” “다중 인격” 등 욕설에 가까운 비방을 일삼아 듣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 결과와 무관하게 제기된 의혹을 국민 앞에 해명하고, 필요하면 수사부터 받아야 한다.

이재명 전 대표의 일극 체제 구축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김두관 전 의원이 “이재명 독주 체제를 막겠다”라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극성 지지층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사법리스크 방탄’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가 이미 ‘이재명 노선’ 정리를 위한 계파 이벤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 예비경선 후보들은 “이재명 곁을 지키는 수석변호인” 등 ‘충성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170석 거대 야당의 비전과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노골적인 줄타기만 횡행할 뿐이다. 이대로라면 ‘이재명 일극 체제’ ‘거수기 지도부’를 위한 전당대회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여야의 전당대회 참극은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에 대한 작은 희망조차 사라지게 한다. 국민이 이런 정치를 왜 참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 와중에 의·정 갈등은 풀릴 기미조차 없다. 세제 개편과 국민연금·노동·교육 개혁, 저출생과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등 국가적 위기를 해결해야 할 여야가 ‘민생보다 권력’, ‘정책보다 의혹’으로 날밤을 새우는 모습에 국민이 정치를 걱정할 지경이다. 여야 모두 남은 기간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비전과 정책 제시란 정당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모적인 정쟁만 지속한다면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다. 경제·민생·미래·비전 경쟁을 통해 늦었지만, 정당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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