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살다 이런 유가 처음” 화물·택배기사들 한숨 [불붙은 기름값, 부울경 비상등]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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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 가격, 휘발유 값 앞질러
“더 졸라맬 허리띠도 없는데…”
화물 기사들, 정부 지원 호소
난방비 급등에 벌벌 떠는 온실
화훼농·대저토마토 농가 시름
리터당 2100원 주유소도 등장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충격으로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8일 오후 부산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L당 2018원에 판매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충격으로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8일 오후 부산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L당 2018원에 판매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일반 서민들을 비롯해 연료비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한숨이 깊어진다.

8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공시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부산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경유 평균 가격은 L당 1895원, 휘발유는 1877원으로, 12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사하구의 한 주유소는 L당 2100원에 휘발유를 판매해 부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휘발유 가격에 서민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 남구에서 중구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유민지(36) 씨는 “휘발유 가격이 L당 거의 2000원까지 올라 주유소 가기가 겁 날 지경”이라며 “생활비 부담때문에 다른 지출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유를 주로 사용하는 농가나 화물차·택배 기사들은 심각한 생계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경유 가격이 2023년 2월 19일(경유 1565원·휘발유 1564원) 이후 처음으로 휘발유 가격을 앞지르면서 이들은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경유는 보통 중질유를 정제할 때 많이 나오는데,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산 중질유가 제재와 감산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번 전쟁까지 겹쳐 경유 공급이 더욱 힘든 상황이다.

부산에서 포항까지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한 운전기사는 “컨테이너 운송을 30년 했지만, 이처럼 빠른 유가 상승은 처음”이라면서 “정부에서 기름값을 잡겠다는 발언이 나온 뒤에도 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았다. 분명히 정유사끼리 짬짜미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되겠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소작업차(바스켓트럭)를 모는 이채욱 (56·수영구) 씨는 “매일 5만 원으로 경유 30L를 주유해 왔지만 최근에는 25L도 채 되지 않아 하루에 6만 원씩 기름을 넣고 있다”며 “안 그래도 가파른 물가 상승에 수입이 빠듯한데 한 달 기름값으로만 20만 원을 더 쓰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택배 기사들은 수입 급감을 우려했다. 권용성 전국택배노동조합 부산지부장은 “택배 차량의 70~80%는 경유차이고, 평소엔 한 달에 기름값만 최소 20만~30만 원이 드는데 이번 사태로 수입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피해를 입는 구조인 만큼 정부가 유가보조금을 일시적으로 상향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중유와 등유 등을 사용하는 비닐하우스 농가의 시름도 깊다. 등유를 사용해 8000평 규모의 하우스 35동에서 대저 짭짤이 토마토를 재배하는 조윤환(62) 씨는 “난방비뿐만 아니라 모내기 전에 트랙터로 논 정비 작업을 하는 등 기름을 많이 써야하는 시기인데 기름값이 급등해서 큰 부담”이라며 “기름값뿐만 아니라 물가도 오르니 소비가 위축돼 판매가 부진할까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등유 가격은 3일 1452원에서 7일 1596원으로 껑충 뛰었다.

부산 강서구에서 21년째 국화를 재배하는 선경석(69) 씨도 기름값 급등에 “눈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부울경에서 가장 큰 규모로 흰 대국을 키우는 선 씨는 “전쟁 전에는 벙커A유가 L당 1000원대였는데, 벌써 1200원대로 올랐다”며 “기름값만 보통 1년에 4000만~4500만 원이 드는데, 올해는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름값 상승이 화훼 농가 기반까지 흔든다는 우려도 나왔다. 선 씨는 “지난해는 중국산, 베트남산 등 수입 꽃이 많이 들어오면서 적자였고, 올해 역시 현재 시세 기준으로 사실상 100% 적자”라며 “이 일대에 예전 180가구에서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화훼 농가가 이번 사태로 급격하게 무너질 지경”이라고 전했다.

한편 범부처 합동점검단은 지난 6일부터 불법 석유 유통, 매점매석, 가짜석유·혼합판매 등 불공정 거래 행위 집중 단속에 나섰다. 지자체도 단속과 유가 안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범부처 합동점검단과 함께 폭리를 취하는 업체에 대한 특별점검을 할 예정”이라며 “합동점검단과 함께 기름값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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