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효험 넘어 다양한 즐길 거리로 젊은 층 발길 끌어야 [핫하다, 부산 온천]
3 -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키즈룸·편의점 도입 동래 녹천온천호텔
어린 자녀 둔 학부모·2030 방문 늘어
일본 료칸 본뜬 엘시티 노천탕도 인기
신세계 스파랜드 라면카페 외국인 줄 서
“단순 목욕 아닌 액티비티 요소 더해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에 들어선 ‘클럽 디 오아시스’에 조성된 온천수 인피니티풀과 신세계 센텀시티 ‘스파랜드’에 마련된 라면카페에 줄을 선 사람들. 동래구 녹천온천호텔 박충열 대표가 동래 온천의 역사를 설명하는 모습, ‘클럽 디 오아시스’ 내 노천 족욕탕(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정대현·이재찬·손희문 기자 jhyun@
부산 온천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 매일 새 온천수를 받듯 젊은 감각으로 변화를 시도하며 온천 덕후 발걸음을 이끄는 노력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부산 온천은 수질과 효험만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콘셉트와 즐길 거리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에 새롭고 재미난 것에 열광하는 전국의 MZ세대가 호응, 부산 온천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다.
■‘올드&뉴’ 조화 필요
오랜 온천 명소 동래 온천에도 옛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시도가 포착된다. 젊은 감각을 겨냥, 레트로(복고)를 매력 포인트로 내세우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1962년 녹천탕으로 시작, 3세가 경영을 물려받은 동래구 온천동 녹천온천호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호텔 박충열 대표는 미국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국내에서 미술·갤러리 관련 일을 했다. 2018년 호텔 리모델링 사업 때 가업을 돕기 시작했고, 지난해 대표를 맡게 됐다.
그는 경영을 맡은 뒤 객실 내부를 깔끔하고 청결한 현대식 시설로 재단장했다. 1층 유휴공간에는 키즈룸을 조성했고, 로비에는 편의점도 도입했다. 일부 객실에는 욕조와 안마의자를 함께 구비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과거 온천욕탕이나 숙박시설이 물리적으로 큰 변화를 주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인테리어나 서비스, 즐길 거리는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하는 20~30대가 늘었다.
녹천탕 본래 모습을 좋아하는 오랜 단골 역시 놓칠 수 없었다. 박 대표는 “처음엔 깔끔한 비즈니스 호텔 느낌에 온천을 갖춘 콘셉트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어메니티부터 분위기, 서비스를 크게 개편하려 했다”며 “‘온천욕’이라는 온천호텔만의 고유함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이 경험을 받아들이는 연령층을 넓혀가는 쪽으로 운영 방향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온천은 거들 뿐… 즐길 거리 다양화
지난해 7월 해운대 엘시티에 문을 연 ‘클럽 디 오아시스’. 대중탕·야외족욕탕 등 온천시설과 함께 사우나, 인피니티풀, 워터파크를 한꺼번에 갖춰 젊은층에게 주목받는 신개념 온천 테마파크로 꼽힌다.
특히 일본 료칸을 콘셉트로 한 노천온천 ‘청수당’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온천 덕후들에게 온천을 즐기는 새로운 장소로 주목 받는다. 올 초 부산시 최초로 국민보양온천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 중 20~30대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한기현(35) 씨는 “엄마 아빠는 색다른 분위기에서 온천 스파를 즐기면서 여독을 풀고, 아이들은 워터파크와 각종 물놀이 시설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아 가족들이 만장일치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의 야외 온천스파 ‘씨메르’는 해운대 호텔가에서 ‘호텔 온천의 원조’로 꼽힌다. 2012년 당시 국내 특급호텔 중 온천을 결합한 부대시설을 가장 먼저 선보였다. 특히 해운대해수욕장 조망이 가능한 온천탕은 눈앞을 가리는 건물이 전혀 없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사진 맛집’으로 통한다.
신세계 센텀시티에는 백화점 속 온천을 콘셉트로 한 ‘스파랜드’가 있다. 스파랜드 역시 20~30대 방문율이 약 40%로 높은 편이다. 개장 당시인 2009년에는 20% 수준에 불과했던 젊은 층 방문율이 꾸준히 높아졌다. 비결은 ‘끊임없는 변화’다. 개장 당시 온천과 찜질방 운영에만 초점을 맞췄던 스파랜드는 즐길 거리를 다양화했다. 체류 시간을 높이기 위해 리클라이너와 빈백 소파를 갖춘 휴식 공간을 만들고, 최근에는 스트레칭·명상 공간을 비롯해 즉석사진관, 농구, 인형뽑기 등 게임존을 도입했다. 새로 도입한 ‘셀프 라면카페’에는 젊은 층과 외국인들이 줄을 설 정도다.
■부활 관건은 젊은 층 호응 여부
전문가들 역시 젊은 세대가 반응하는 온천의 특징을 잘 살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동서대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강해상 교수는 “앞으로는 온천이 단순히 목욕이 아닌 즐길 거리와 액티비티 요소를 더해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마사지·피부 관리 등 프로그램을 연계한 온천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한다면 젊은 층이 찾게 되고, 부산 온천도 부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녹천온천호텔 박 대표는 “젊은 층이 온천을 위해 일본 대신 국내를 찾는 모습을 매일 같이 상상한다”면서 “온천 정보를 알리기 위해 SNS는 물론 다양한 노출 플랫폼을 이용하고, 온천업계에서 공동으로 마케팅이나 캠페인을 진행한다면 지역 사회가 바뀔 수 있고, 사람들 인식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