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도 민생도 없다… 비방·편 가르기 얼룩진 전대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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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23일 전당대회 일주일 앞
김 여사 문자·댓글 부대·사천 등
의혹·비난 쏟아내며 진흙탕 싸움
민주도 ‘친명 마케팅’ 경쟁 눈살

국민의힘 윤상현(왼쪽부터)·한동훈·원희룡·나경원 당 대표 후보들이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상현(왼쪽부터)·한동훈·원희룡·나경원 당 대표 후보들이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과 ‘국민’을 천명했던 거대 양당의 전당대회 국면에서 정작 이 두 키워드는 송두리째 빠졌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권주자 간 진흙탕 싸움 탓에 ‘비전’이 실종됐고, 이재명 전 대표 일극체제 속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은 친명(친이재명) 마케팅으로 ‘개딸’(개혁의 딸) 구애에만 혈안이다. 여야 당권주자 모두 당의 비전과 방향성을 내미는 당의 축제에서 최대 현안인 민생 정책보다는 비난전과 계파 정치에만 천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김두관, 김지수 당대표 후보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제1회 전국당원대회 후보자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김두관, 김지수 당대표 후보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제1회 전국당원대회 후보자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23일, 민주당은 내달 18일 각각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국민의힘 전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여당 당권 경쟁은 야당보다 한발 빨리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총선 참패를 겪은 집권 여당의 변화와 개혁을 기대했던 지지자들의 바람은 당권주자 간 계파 갈등과 네거티브전으로 얼룩졌다.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을 기폭제로 ‘댓글 부대’ ‘사천’ ‘측근 요직 추천’ 등 각종 의혹이 쏟아졌다. 이들 모두 ‘민주당발’이 아닌 국민의힘 당권주자 간 내부 총질에 의한 것들이다. 전당대회 TV연설회에서도 당권주자들의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검증하겠다”며 갖은 의혹을 쏟아냈고, 한 후보는 이에 적극 대응하며 토론 시간 대부분을 ‘말싸움’에 할애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들의 난타전을 역이용해 본인의 강점을 어필했고, 윤상현 후보도 ‘당 분열’을 고리로 본인을 앞세웠다.

원 후보는 이날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다른 사람을 악역으로 만들고 자기만 절대 옳은 길로 빠져나간다”고 비판했다. 맞대응으로 원 후보를 향해 “노상방뇨하듯 오물”, “다중 인격” 등 거친 표현을 뱉어 왔던 한 후보는 1차 선거 ‘한판승’을 위해 뒤늦게 자세를 낮추는 분위기다. 감정적인 양측의 비방전에 집권 여당 정책 경쟁은 물 건너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원·한 후보의 강 대 강 충돌이 오래도록 이어지면서 말싸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양 후보가 당 대표로서의 어떤 정책을 언급했는지 기억하는 지지자나 국민은 드물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여당 전대 이후 대표 선거가 치러지는 탓에 민주당 전당대회 주목도가 비교적 떨어지지만 그 이면엔 이 전 대표의 출마가 작용한다. 김두관 전 의원이 대항마를 자처했으나 친명 일극체제 구축으로 당내 ‘이재명 노선’ 정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면은 당장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 예비 경선부터 드러난다. 최고위원 후보들은 저마다 “이재명 지키기”를 외치며 ‘친명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범야권 192석을 기반으로 한 정견 발표보다는 개딸 환심 메시지만 더욱 드러났다. 이 전 대표 일극체제를 비판한 김 전 의원을 향해 개딸이 집중 공세를 펼치고, 당내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이 전 대표 줄타기에 나서며 “민주당에 정작 ‘민주’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전대를 ‘친명 경쟁’, 민주당은 여당 전대를 ‘구태의 판’이라 규정하며 상호 견제에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은 비방전이 난무하는 국민의힘의 ‘진흙탕 전대’를 통한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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