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이착륙 때 좌석 등받이 눕히면 왜 안 되죠? [트래블 tip톡] ⑯
비상시 탈출공간 위해 좌석 바로 세워
바깥 상황 파악 위해 창문 덮개는 개방
탈출할 때 눈 부시지 않도록 조도 낮춰
‘만일의 경우’ 대비 휴대폰 비행기모드
유료 와이파이는 신호 달라 영향 없어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항공기에 탑승하면 많은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착륙 때는 의자 등받이를 바로 세우고 창문을 열어야 하며, 비행 중에는 휴대폰을 비행기 탑승 모드로 바꿔야 한다. 사실 대부분 승객은 이유도 모른 채 지시한 대로 따라한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한 승객이 항공기에서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혀 자고 있다. 이미지 투데이
■이착륙할 때 왜 이럴까
승무원들은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기내를 돌아다니며 좌석 등받이를 바로 세우고 테이블을 접으라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좌석이 뒤로 젖혀져 있으면 이착륙하다 비상 상황을 맞았을 때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탈출할 공간을 막고, 탈출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좌석에 막혀 밖으로 나가는 데 애를 먹을 수도 있다.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좌석을 바로 세우고 테이블을 접는 데 걸리는 1~2초가 탈출을 불가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착륙할 때 왜 창문 덮개는 왜 열어 둬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사실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착륙 순간은 비행 중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다. 이때 덮개를 열어 둬야 승무원이 창을 통해 수시로 항공기 외부의 문제점이나 위험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엔진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승무원이 즉각 대처할 수 있다. 비상 상황에서 항공기 밖으로 탈출할 때도 창문 덮개가 열려 있어야 창밖에 위험한 장애물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승객이 탈출용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갈 때 밖에서 또 다른 사고를 당하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조종사는 이착륙할 때 기내 조명을 끄거나 조도를 낮춘다. 그 이유도 안전이다. 항공기가 비상 착륙할 경우 바깥은 매우 어두울 수 있다. 비행기 내부가 너무 밝을 경우 승객은 비행기 바깥으로 탈출할 때 눈이 부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기내 조명을 끄거나 조도를 낮추는 것이다.
항공기 이착륙 때 좌석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비상상황 발생 시 탈출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항공기에서 불이 났을 때는 ‘90초 규칙’이 있다고 한다. 인화물질투성이인 기내에 불이 나면 90초 만에 맨 끝까지 다 번지기 때문에 이 시간 안에 승객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항공기 충돌사고로 기내에 불이 났을 때 승무원들이 모든 승객을 2분 이내에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막은 적이 있다. 만약 이착륙할 때 좌석을 뒤로 젖혔거나 창문 덮개를 닫아 뒀다가는 90초 규칙을 못 지킬지도 모른다. 사고가 났을 때 시간은 돈이 아니라 생명이다.
■비행기 탑승 모드
항공기에 탑승하면 휴대폰을 ‘비행기 탑승 모드’로 바꾸라고 한다. 승객들은 꼭 그래야 하는지 궁금해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전을 위해 필요한 예방 조치다.
2013년 이전까지만 해도 모든 승객은 항공기에서 전자기기 전원을 모두 꺼야 했다. 전자기기의 전자파가 항공기 작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많은 실험을 거친 결과 항공기는 승객이 가진 전자기기의 전자파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지금은 굳이 전원을 끄지 않아도 된다. 대신 비행 모드로 바꿔야 한다.
휴대폰 비행기 탑승 모드 화면. 주파수 방해로 인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항공기에서는 이 모드를 켜야 한다. 남태우 기자
비행기 탑승 모드 사용 이유도 전원을 끄는 것과 똑같다. 항공기 시스템에 전자파 악영향이 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항공기 항법시스템, 통신시스템은 휴대폰과 똑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므로 가끔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발사되는 휴대폰 5G 주파수는 항공기가 날아가는 고도까지 올라올 수도 있기 때문에 만약 휴대폰을 비행기 탑승 모드로 바꾸지 않으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꼭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든다. 그렇다면 항공기에서 유료 와이파이는 왜 사용하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까.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유료 와이파이는 무선신호가 아니라 위성신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행기 통신시스템을 방해하지 않는다.
한편 항공기 좌석에 앉아 이륙을 기다릴 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적지 않게 난다. 이 소리를 들으면 시끄럽기도 하고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 사실 불안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항공사가 마지막 안전 점검을 실시하거나 짐을 안전하게 싣느라 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모든 승객의 짐은 객실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에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