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러스트 벨트 스타’ 내세워 경합주 승부
트럼프, 피격 후 승리 자신감
득표 확장성 대신 정체성 선택
당선시 역대 3번째 젊은 부통령
바이든 ‘고령 역공’ 차단도 기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과 함께 대선에 나설 부통령 후보로 젊은 강경 보수 J.D. 밴스(39) 연방 상원 의원(오하이오주·공화)을 택한 것은 11월 대선에서 경합주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중으로 읽힌다. 우선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러스트 벨트’(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인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미시간주 등에서의 득표에 요긴하게 활용할 ‘돌격대’로 그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스트 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주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밴스 의원은 이라크 파병 등 군 복무를 거쳐 예일대 로스쿨을 나온 뒤 변호사, 벤처 캐피털 기업인을 거쳐 연방 상원 의원까지 올라간 입지전적 인물이다. 러스트 벨트 미국인들의 상실감을 파고든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가 론 하워드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되며 공전의 히트를 친 바 있다.
밴스는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설파하는 데 기여를 해 왔으며, 특히 러스트 벨트의 근로 계층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능한 것으로 전해져왔다. 특히 무역 장벽과 관세, 심지어 달러 평가절하와 같은 극약 처방까지 써서라도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결국 친노조 기조를 간판으로 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 벨트 경합주에서, 그 지역 정서를 잘 이해하고 대변하는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 정면 승부를 걸어 보겠다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중으로 풀이된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리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이 반길 강경 보수파 밴스 의원을 택한 데 내포된 자신감이다. 밴스 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제 인간’이라고 칭한 데서 보듯, 정책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에 따른 인지력 및 건강 저하 논란과 후보 교체론을 둘러싼 민주당 내 자중지란, 지난 13일 자신이 유세 도중 총격으로 부상한데 따른 동정 여론과 지지층 결속 등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굳이 득표 확장성을 감안한 ‘온건’ 성향 후보를 내세울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부통령 후보 선정에 있어 ‘확장성’ 보다는 ‘정체성’을 더 우선시할 수 있을 정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 대선 구도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39세로, 1952년 이래 가장 어린 부통령 후보란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극 활용하려 하는 요소로 보인다.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세 살 젊지만 78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당선되면 재임 중 80세 생일을 맞이하는 등 ‘고령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공화당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내년 1월 취임 때 40세로, 역대 3번째로 젊은 부통령이 되는 밴스 의원을 내세움으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고령 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민주당의 ‘바이든-카멀라 해리스(59) 조합’에 비해 ‘젊음’ 측면에서 비교 우위를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