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전소 통해 돈 세탁한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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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미끼 2억 7000만 원 뜯어
위안화 환전 뒤 중국으로 송금
국내 총책·수거책 등 11명 입건

부산진경찰서 건물 전경 부산진경찰서 건물 전경

금융기관을 사칭하거나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피해자들에게 가로챈 돈을 환전소에서 세탁해 해외 계좌로 빼돌린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검사를 사칭하거나 저금리 대환 대출을 미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혐의(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로 국내 총책인 중국 국적 30대 A 씨와 환전책, 수거책 등 모두 11명(구속 5명·불구속 6명)을 검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3월 피해자 9명에게 총 2억 7390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고, 받은 돈을 환전하고 세탁해 불법 송금한 점이 확인됐다. 경찰이 일당의 텔레그램과 위챗(중국 채팅 앱) 등을 확인한 결과 실제 피해 금액과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수거책을 통해 가로챈 돈을 서울에 있는 환전소를 통해 세탁하고, 중국으로 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1차 수거책들이 피해자에게 직접 현금을 수거해 송금책까지 전달하면, 송금책은 지정된 환전소를 통해 위안화로 바꿔 중국 총책 해외 계좌로 보냈다. 이 수법은 금융 당국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단 점 때문에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송금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동안 집요하게 수사를 펼쳐 서울부터 부산까지 퍼져 있던 일당을 검거했다. 지난 3월 피해자 신고로 수사에 착수해 1차 수거책을 부산에서 붙잡았고, 접선 장소를 파악했다. 1차 수거책들이 방문한 경남 창녕과 창원 등을 역추적해 현금이 부산역 물품 보관함으로 가는 정황을 포착, 2차 수거책을 부산역에서 검거했다. 2차 수거책이 최종 수거책에게 돈을 전달하기 위해 평소 서울을 수차례 오간 점을 추가 확인했고, 서울에서 최종 수거책도 붙잡았다.

이어 지난 4월 경찰이 환전소를 압수수색 한 결과 피해 금액이 중국 돈인 위안화로 환전돼 중국 계좌로 송금된 사실이 드러났다. 환전소로 등록됐지만, 거래 내역이나 장부 기록이 없는 등 불법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 총책에게 직접 돈을 송금하는 국내 총책, 서울 한 시장에서 의류배송업으로 위장해 돈을 세탁해 넘기는 환전책 2명도 붙잡았다.

경찰은 피해액 1억 920만 원을 회수하고 일당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총책 중국 송금 계좌를 확인했고, 중국 총책도 추적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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