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무가 캠프 3년 만의 성과… 무용으로 부산-칸 잇는다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세계적인 무용가 에르베 쿠비
부산에서 2주간 안무가 캠프
내년 ‘칸 댄스’ 협업 공연 추진
부산-칸 협력 레지던시도 오픈
“지난해는 한국에 와서 처음 공연을 하면서 한국을 새롭게 발견했다면, 올해는 댄서들, 즉 무용 예술가에 대한 발견이 있었습니다. 다음 여정은 한국, 부산에서 만난 무용수들을 제 고향 프랑스 칸으로 데려가서 우리 무용단과 함께 공연하는 일입니다. 프랑스와 한국, 부산과 칸이 부산이 영화뿐 아니라 무용예술로 연대와 협력을 꽃피우고 싶습니다.”(에르베쿠비무용단 대표 겸 안무가 에르베 쿠비)
“부산과 칸 협력 프로젝트가 비로소 가동되는 것이죠. 쿠비가 조심스러운 마음에 굉장히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번 쇼케이스 작품은 이미 내년 칸 댄스 페스티벌에 초청받았습니다. 이번에 작업한 몇몇은 정단원 제안을 받을 것 같고요. 이런 게 바로 부산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창작·유통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습니다.”(부산국제무용제 신은주 운영위원장)
아직은 모든 게 ‘진행 중’이지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개최 3년 만에 이룬 놀라운 성과라 할 만했다. 지난해 부산국제무용제(BIDF) 전막 초청작으로 영화의전당에서 아시아 초연한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을 볼 때만 해도 “대단한 작품을 부산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고만 생각했는데, 올해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사)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원회는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대표이자 세계적인 명성의 안무가 에르베 쿠비를 부산으로 초청해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제3회 BIDF 부산국제안무가 캠프를 진행했다. 쿠비는 마스터안무가로, 같은 무용단의 조안무가 훼쌀 함락, 무용수 압델가니 훼랃지와 마마정김이 지도위원으로 수고했다. 창·제작 요청을 칸시(市)로부터 받으면서, 서울이 아닌 부산(BIDF)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부산 공연이 인연이 됐다.
31명의 지원자 중 최종 선발된 14명의 남녀 무용수는 쿠비가 이끄는 2주간의 캠프를 통해 안무법에 대한 마스터클래스와 안무 창작품 제작 과정에 참가는 특별한 경험을 쌓았다. 14명 중 절반이 부산 출신이고, 나머지는 서울 대구 등 전국에서 선발했다.
지난 16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4층 연습실에서 열린 쇼케이스 공연은 이번 캠프를 마무리하는 결과물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날 쿠비는 에르베쿠비무용단의 최신작 ‘솔 인빅투스(Sol Invictus, 무적의 태양신)’에서 영감을 받아 재창조한 ‘솔 인빅투스의 불빛’이라는 10여 분짜리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는 주한프랑스대사관 루도빅 기요 문화교육과학참사관, 현대무용가 박은화 부산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비보잉이 가미된 현대무용 공연은 짧았지만 감동적이었다. 박 교수는 “짧은 시간 완성된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기에 놀라웠다”며 “댄서들이 움직이는 매 순간이 불꽃 같았고, 몇몇 제자를 포함해 모든 댄서가 행복하게 춤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용수로 참가한 황예인은 “쿠비 안무는 섬세함이 남달랐다”면서 “관객이 보는 옆모습까지 신경 쓰고, 연습 때도 무용수마다 일일이 찾아와 코멘트 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백서현은 “함께 춤추고, 즐겁게 춤추라고 늘 강조한 쿠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고 말했고, 유예리는 “지금까지 군무를 많이 춰 봤지만 2주간 워크숍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한기태는 “춤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됐으며, 이런 교류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쿠비는 “한국 댄서들은 표현력이 참 좋은 편이다. 부족한 점도 없진 않지만, 굉장히 빨리 배우고 익히면서 부족한 점을 지워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소 1년에서 2~3년이면 훨씬 좋은 댄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기에 우리 무용단의 정단원으로 캐스팅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르베쿠비무용단은 다국적 무용단으로 유명하다. 현재 30여 명의 단원이 있는데 20여 국적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인 단원도 2명이 있었다.
신 운영위원장은 “이런 기회를 통해 한국, 특히 부산에서 세계적인 무용가의 지도를 받고, 작품 제작 과정에 함께하고, 더 나아가 유럽 현지 무대에 함께 설 기회를 얻거나 단원으로 스카우트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며 선배 무용가로서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부산의 재능 있는 예술 인재를 발굴해 국제 무대와 연결하고, 동시에 작품 제작과 유통의 매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한편 기요 참사관은 “무용 교류와 별개로 오는 9월 부산(홍티아트센터)에서 부산시와 칸시가 협력한 프랑스 아티스트 레지던시가 3개월간 문을 연다”면서 “부산과 칸의 문화협력이 앞으로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