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부두 재개발, 이기대 난개발 좋은 일만 시키나?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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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A, 친수·관광 재개발 용역
22일까지 공모 후 내달 발주
열린 시민 공간 조성 목적과 달리
부두 옆 아파트 앞마당 전락 우려
2020년 재개발 계획 이미 결정
용역 서둘렀다면 하는 아쉬움도

부산항만공사가 부산 남구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17일 용호부두 일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항만공사가 부산 남구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17일 용호부두 일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최근 이기대 경관을 독점한다는 비난에 휩싸인 고층 아파트(부산일보 6월 7일 자 1면 등 보도) 건축 부지 옆에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해 논란이 인다. 사실상 재개발 사업이 고층 아파트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최근 ‘부산항 용호부두 수정 사업계획 수립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고 17일 밝혔다. 오는 22일까지 시행자를 모집한 뒤 다음 달 용역 계약과 발주에 나설 방침이다. 총 용역 금액은 3억 6700만 원이다. BPA는 사업 계획과 사업 타당성 분석 등 용역 결과를 토대로 인근 주민 의견도 수렴해 내년도 정부의 항만 재개발 기본(수정) 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이번 용역 목표는 용호부두 3만 9858㎡(수역 6613㎡) 부지를 주변 경관, 관광 자원과 연계한 친수 공간으로 재개발해 지역 환경을 개선하고 해양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1990년 조성된 부산 남구 용호부두는 2만t급 일반 부두 1개 선석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2005년부터 용호부두 옆 공유수면이 매립되고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섰다. 이후 용호부두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에 대한 주민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하역 능력 대비 물동량도 낮아 부두 기능이 떨어지던 중 2019년 광안대교 선박 충돌사고를 계기로 운영이 아예 중단됐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20년 제3차 항만 재개발 기본계획(2021~2030년)에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을 포함했다.

하지만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 대상지 바로 옆에 건설사 아이에스동서(주)가 고층 아파트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항만 재개발로 조성된 공공을 위한 친수·관광 공간이 결국 특정 아파트의 호재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스동서는 이기대공원 턱밑이자 재개발 예정인 용호부두와 맞닿은 2만 3857㎡ 부지에 아파트 31층 등 3개 동을 추진 중이다.

관할 기초지자체인 부산 남구청은 이미 2020년 정부 항만 재개발 기본계획에 용호부두 재개발이 포함돼 있었지만, 시의 건축위원회 심의를 이미 받았다며 별도 경관 심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는 지난 2월 아이에스동서(주)의 자회사 (주)엠엘씨의 남구 용호동 973 일원 개발 계획을 조건부 통과시켰다.

한 부산 건설업 관계자는 “용호부두 재개발에 대한 밑그림을 빨리 그렸다면 경관 심의 요구가 더 거세게 일었을 텐데 아쉽다”면서 “BPA와 해양수산부도 용호부두 재개발지를 공공이 누리도록 고층 아파트에 대한 경관 심의를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BPA는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은 아파트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BPA 관계자는 “해수부가 내년 말 고시할 항만 재개발 기본(수정)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용호부두 재개발 용역을 요구함에 따라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항만 재개발은 공공의 이익과 다수 이해를 고려하는 국가 계획의 성격이 강한 만큼 공공성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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